민주당은 ‘노무현 피학적 북한 애착’과도 결별해라

민주당은 대화록 공개 이후, ‘노무현 NLL 포기론’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휴일에도 쉬지 않고 회담 당시에 북한에 주었다는 공동어로지역이 표시된 서해 지도에 NLL이 표시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공개된 지도에 표시된 공동어로지역이 합리적이라거나 안보상 허용가능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민주당이 NLL 유지를 결사적으로 주장하게 된 것은 회담 대화록 공개가 가져온 즉각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다른 어떤 정부기관이나 정당 그리고 시민단체가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민주당의 안보보장적 방향으로의 선회가 그것이다. 설사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민주당 스스로 공개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III. 노무현은 NLL을 포기하였는가?


노무현-김정일 회담 대화록을 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처럼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NLL을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NLL 문제를 우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다.


“그렇고 이걸 풀어나가는데 좀 더 현명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거기 말하자면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어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 이용 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NLL은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워요.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입니다. (…) 전체를 평화체제로 만들어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겁니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담 전에 NLL에 대하여 그렇게 경멸조로 언급한 이유는, 만일 국민들의 반대가 그렇게 격렬하지 않다면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변경 내지는 포기를, 매우 격렬하다면 그것을 핑계로 NLL 문제를 우회하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하기보다는 NLL과 북측이 주장하는 군사분계선 모두를 무효화 시키고 그 사이에 서해평화지대를 만들 것을 최소한 3번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일차적으로 서해 북방 군사분계선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 거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 그담에 경찰이 하자고 하는 경찰 순시…”


“서부지대는 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 바다문제까지 포함해서 그카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이제는 유명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 좋습니다”는 대답이 나온다. 문제는 김정일의 집요한 NLL 포기 주장에 대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배석했던 보좌진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의 전반부에만 ‘NLL 우회론’을 주장하였을 뿐, 후반부에는 김정일이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


나중에 국방장관 회담이나 장성급회담의 경과에서 분명해 진 것처럼, 북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의 NLL 포기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점은 한글만 알아도 ‘노무현 NLL 포기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완전히 부합한다.


회담 전반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 우회론’을 주장하였으나 후반에 김정일의 주장을 받아들여 ‘NLL 포기’에 동의하였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독해이다. 북한이 국방장관 회담이나 장성급 회담 그리고 작년의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무지에 대한 경멸조의 비난’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반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국군 수뇌부에게 NLL은 그냥 둔 채 위에 서해평화지대를 덮었다는 ‘카페트의 비유’를 들면서 NLL 포기를 부정하였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서 NLL을 건드리지 않고 왔다는 주장을 하였다.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 혹은 북한이 ‘노무현 NLL 포기론’과 관련하여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은 바로 회담록의 서로 다른 부분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측 주장이 옳을까?


민주당의 그리고 아마도 하태경 의원은 회담 전의 NLL 논의 상황, 회담 중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 그리고 회담 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종합하여 볼 때 그는 NLL을 포기할 의도가 없었고, 다만 그 위에 서해평화경제 지역을 ‘덮어’ 서해에 평화를 정착시키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은 회담과 협상이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협상 전의 입장과 협상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협상 참여자의 최종 입장이 협상 결과에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협상과 회담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담 전의 입장이 무엇이었든, 또 회담 전반부에 ‘NLL 유지’를 희망하였다 하여도 이후에 김정일과 ‘NLL 포기’에 합의하였다면 그것이 그가 회담에서 취한 최종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노무현-결백’의 증거라고 제시하는 공동어로지구에 대한 지도는 ‘협상에서 취한 입장’과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어떤 친북성향의 북한문제 전문가는 “예 좋습니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일종의 언어습관이고 따라서 회담 전후의 맥락을 고려할 때 김정일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노무현-우호적 해석을 하였다. 그러나 대화록 전체를 볼 때 ‘예 좋습니다’는 결코 말을 시작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하는 발언이 아니었다.


이 발언은 단 한 번 사용되었을 뿐이다. 나아가 이재정, 김만복, 백종천 등 회담에 배석한 자 어느 누구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하거나 구체화 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등거리나 등면적과 같은 방식은 공동어로지구 설정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회담 직후 남쪽으로 돌아와서 ‘NLL을 양보하지 않았다’, ‘NLL 위에 평화경제지도를 덮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회담 전반부에 NLL을 정면 돌파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김정일의 양해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위원장께서 제기하신 서해 공동어로 평화의 바다…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 (…) 이번 대선국면에서 뭐 한나라당이 저렇게 하지 않으면 지난 번 내 군사회담에다 이건 다루라고 했거든요… 했는데 지금은 인제 내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있어서 그 얘기를 바로 꺼내긴 어렵지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에서는 김정일의 ‘NLL 포기’ 요구에 동의하였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그것을 공개적으로 밀고나갈 수 있을 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였고, 그 스스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공동어로지구 설치를 강력하게 명하였지만, NLL 포기를 명할 수는 없었다. 해서 국방장관 협상의 전권을 준 것이다. 만일 전권을 주지 않았다면, 김장수 장관은 청와대의 지침을 구하여야 하였고, 이럴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의 뒤통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NLL 포기’에 동의하였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생각은 없었다. 그것이 회담 후에 한국에서 ‘NLL을 양보하지 않았다’라는 발언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회담 후의 그의 입장이 무엇이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 내용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해 볼 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생각을 바꾸어 김정일의 ‘NLL 포기’ 제안에 동의하였을까라는 점이다. 만약에 그것이 순간적인 결정이었고 나중에 내심 번복하였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일 그의 결정이 당장은 실현될 수 없지만, 그의 후계자가 다음다음 정권을 잡았을 경우 실행할 수 있는 ‘대못’이라고 생각하였다면, 그것은 일종의 안보위협적 음모나 다름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국제적 기준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의도적으로 정권을 넘겨줄 때까지도 실행하지 않았다. 그것이 정교한 정치공학적 계산이었는지 아니면 남의 가방을 찢는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NLL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이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신의 후계자가 정권을 잡았을 경우에 실현해 줄 것을 기대하였는지, 아니면 우발적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전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민주당의 결단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여기서 이제 민주당은 남북경협이든 평화정착이든 NLL을 만지작 거리면서 북한과 정치적 흥정을 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니 한국의 어느 정권도 NLL을 북한과의 정치적 흥정에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상이 더 이상 NLL을 지키기 위하여 젊은 군인들의 희생이 없도록 서해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군인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왜 NLL 포기를 해놓고 그것을 국민에게 감추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더 이상 그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의 태도가 아니다. 만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후 좌파정권에서 NLL 포기를 전제로 한 남북공동체 수립을 목적으로 하였다면 수도권 안보를 북한에게 넘겨주었다는 점에서 한국주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서해에서 가장 평화스러운 남북협력의 방법은 NLL을 유지하며 현 상태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목표로 남북경협을 확대하는 일이다.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 된 지금 국경을 넘어 외국과 경제교류를 하는 데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NLL을 포기하거나 크게 양보해야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하거나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남북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며 동시에 NLL 사수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의 뜻을 기리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경멸과 동맹국 미국에 대한 혐오, 그리고 북한에 대한 피학적(masochistic) 애정으로 점철된 대북정책과 단절하고 NLL 관련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