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 허울 아래 한반도기가 태극기 가릴수도”

▲9일 뉴라이트재단이 주최한 건국60주년 기념 학술대회 ⓒ데일리NK

“(진보주의자들은)‘민족’ ‘통일’ 등 추상적 구호에 현혹된 나머지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1년 앞두고 문명사적 관점에서 건국의 의의를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뉴라이트재단(이사장 안병직)이 주최한 ‘건국6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전 러시아 대사)는 “진보파 지식이나 대통령을 위시한 상당수 인사, 심지어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까지도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선동과 선전의 제물이 돼 역사적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내년에 과연 온 국민이 하나가 돼 태극기를 높이 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을지, 아니면 민족공조라는 허울 아래 ‘한반도기’라는 정체 모를 휘장이 태극기를 가려버리려는 현상이 나타날지 우려된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안병직 이사장은 “일본 식민지배체제의 붕괴로 획득된 광복은 한국에 분명히 문명 선택의 기회를 줬으며 비록 외세의 영향이 강했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에 의해 국가의 자립적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느냐가 엇갈렸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이 더욱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흔히 대한민국 건국은 분단, 외세의존 및 식민지 잔재의 미청산을 전제로 이루어졌지만, 근대적 역량이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상황하에서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은 구한말과 일제 식민지시기에 이르기까지 ‘백성’과 ‘신민’으로서 통치의 객체로만 존재했던 ‘민족’이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국민’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로서 “자유와 평등의 원리가 정립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건국헌법이 가지는 ‘국민’이라는 의의를 폄훼해 ‘민족’이라는 전근대적 개념에서 헌법의 얼굴을 보려는 시대 퇴영적 모습이 우리의 헌법인식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가의 헌법적 정통성을 보수-진보의 문제로 치환하는 반(反)국가적 사고가 근대의 헌법질서를 옳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진행됐다.

‘이승만의 구상과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차상철 충남대 교수는 “이승만은 누구보다도 철저한 반공·반일주의자인 동시에 철저한 지미(知美)·용미(用美)주의자였다”고 표현했다. “긴 미국유학과 망명생활을 거치면서 미국이 저지른 기만과 배신, 무관심을 목격한 이승만은 결코 맹목적인 숭미·친미주의자가 될 수 없었다”며 숭미사대주의자라는 진보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신생 대한민국의 독립과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철저히 미국을 이용했다”면서 이승만을 ‘미국전문가’이며 ‘유별나게 영리한’ ‘외교관’으로 표현한다.

김세중 연세대 교수는 “이승만은 초기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선진사회가 오랜기간 시험 끝에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며 발전시킨 제도를 일거에 도입하고, 그에 적응해 압축민주화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 뉴라이트재단은 이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등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수호를 위해 ‘태극기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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