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 넘어 개방과 ‘자유왕래’로 가자

경의선 문산역과 개성역, 동해선 금강산역과 제진역이 연결되고, 그 위를 남북의 철도가 달려오고 또 달려갔다. 끊긴 철로 위에 반세기 넘게 서 있던 녹슨 ‘철마’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시험운행을 마친 열차를 개성공단 물자의 수송과 남북 근로자의 통근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건이 되는대로 남북간 정기열차 운행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북 간 열차 운행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륙까지 진출하겠다는 희망도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기대와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남북을 오고 갈 열차가 단순히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열차가 가장 소중하게 실어 날라야 할 것은 북한에 변화의 꽃을 피울 씨앗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눈앞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김정일 정권의 비위를 맞추고 대북정책의 ‘성과’를 구걸하는 데 급급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북 열차 운행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인 남북 열차 운행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민족공조’시대를 끝내야 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의 ‘정치적 구호’는 민족공조였다. 민족공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 정부에게 민족공조는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에게 민족공조는 남과 북이 힘을 모아 김정일 정권과 수령군사독재체제의 위기를 방어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원과 협력이 김정일 정권과 군사독재체제 연장으로 귀결된 것은 민족공조가 내포한 정치적 의미의 양면성 때문이었다.

그와 같은 구조적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중장기적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민족공조’의 시대를 끝내고, 이제 ‘전면개방’’자유왕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전면개방 자유왕래’는 90년대 초반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당시 친북 통일운동세력이 외친 통일운동 구호였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김정일 정권에게 남북 열차 운행을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남과 북을 전면 개방하고 자유왕래하자고 제안하자. 김정일 정권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교류 협력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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