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동체통일방안’ 20주년 회고와 평가

이홍구 통일고문회의 의장은 10일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를 활용해 당장 통일을 하자는 논의를 공개적으로 대놓고 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날 통일연구원이 ‘통일을 향한 새로운 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2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서독이 동독 급변사태를 큰 이슈로 떠들고 다닌 적이 없다”며 “급변사태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하겠지만 가급적 우리끼리 조용히 얘기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독은 통독전 여야간에 조용히 급변사태 대책을 만들어 조율한 뒤 일치된 전열을 지켰다고 이 의장은 지적하고 “북한의 급변사태로 통일이 올 수도 있겠지만 급변사태 대책을 가지고 떠들다 보면 오히려 목적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9월 11일 발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수립에 통일원 장관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한 그는 이 통일방안이 화해.협력 기조속에 남북연합을 거쳐 통일국가를 이루는 과정을 상정하고 있는 것을 상기시키고 “이 방안을 재활용하고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해 남북한 두 체제의 공존을 인정하고 민족공동체를 만들어 가면서 장기적으로 통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중국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중시하지만 그들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떨어지고 한반도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한국이 자체 구상을 갖고 훨씬 더 적극적으로 ‘통일외교’를 전개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전략에 따라 6자회담이건 양자회담이건 그 방향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이 능동적으로 역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도 핵보유로 인해 체제붕괴의 위험이 있을 때는 적절한 대안만 발견되면 핵포기를 선택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며 그때 고 김일성 주석의 한반도 비핵화 유훈이나 남북이 92년 합의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북한에 명분으로 제시해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 혹은 내포한 포용정책이 유일한 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체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독일 통일사례를 들며 `포용정책의 목표’로 남북간 교류협력 활성화, 북한 주민 `활성화’, 북한의 고립 지양과 체제변화 유도, 그리고 궁극적으로 통일 기여를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도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현 시점에 특히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최고위층 전략적 대화를 하면서 북한 급변사태와 핵문제, 포용정책까지 고차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역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과 관련,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안기부에 긴급대비책을 담은 문서가 있다고 해서 대통령께 보고하려고 읽어봤는데 보고할 만한 게 하나도 없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회고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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