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으로 변해가는 북한의 산림

▲ 압록강가에서 바라본 평안북도 의주군 대화리 근방의 민둥산 모습

최근 봄철에 접어들면서 또 다시 북한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올해 농사채비를 하는 화전민들이 질러놓은 산불 때문이다. 3월과 4월은 겨울에 내렸던 눈도 녹고, 워낙 건조한 계절이어서 불만 놓으면 화약처럼 무서운 화재를 발생한다.

현재 동부전선 통일전망대 서북쪽 북한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비무장지대로 확산되어 군이 대응태세를 한층 강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산불의 주원인은 화전

산불은 자연재해에 인한 화재와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한다. 아직까지 용암이 흘러나와 산불이 난 적은 없었고, 벼락에 맞아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대체로 부주의로 인한 화재발생이 많았다. 증기기관차나 목탄자동차가 재를 털고 확인하지 않아 불이 난 것도 있고, 담배를 피운 사람의 부주의 때문에 생긴 화재도 있다.

북한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산 입구마다 산림감독대을 세웠다. 그리고 산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산림경영소에서 발급한 입산증(入山證)을 소지한 조건에서 통과시키는 규율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 90년대 중반에 들어 이상한 화재가 종종 발생했다. 식량난에 시달리던 북한 주민들이 ‘국가를 믿다가는 다 굶어 죽는다’며 국가의 산림을 훼손하기 시작한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한 사람들의 발악적인 행동은 다른 통제방법이 없었다. 먹고 살만하면 벌금형이라도 내리지만 단속된 사람들의 집에 가면 세발막대기를 휘둘러도 걸리는 게 없는 백수들이었다.

화전은 북한 당국도 허용했다

농민들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어 농사가 안 되고, 국가에서 자기들이 먹을 식량마저 회수해가자 협동농장 일에 열성을 내지 않고, 자기의 터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저녁쯤 되면 성냥을 가지고 산으로 들어간다. 으슥한 곳에서 불을 지르고는 숨어버린다. 그리고는 ‘누가 불을 놓았는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그러면 주민들이 달려와 불을 끄거나, 운 좋게 비가 오면 꺼지는데 보통 한번 붙기 시작한 산불은 3일 이상 붙는다.

이렇게 시작된 방화가 북한 전 지역을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그러면 먼저 올라간 주민들은 말뚝을 박고, 거목들을 해체하고 큼직한 밭을 만든다. 그때부터 그 땅은 자신이 농사짓는 땅이 된다.

90년대 중반 먹을 것이 없어 제일 먼저 대량 아사가 발생한 곳은 자강도였다. 자강도는 산이 많고 농경지가 부족한 곳이다. 또 북한이 군수공장들을 산 속에 건설했기 때문에 군수공장이 많고 노동자들도 많았다. 국가로부터 식량배급이 단절되자 제일 먼저 쓰러진 사람들이 자강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도당책임비서 연형묵도 보다못해 산에 있는 ‘쓸모 없는 나무들’을 찍어버리고 뭐라도 심어 먹으라고 지시했다. 원칙은 3년. 그 자리에 묘목을 심고 3년 동안 나무가 자랄 때까지 심어 먹고 나무가 자라면 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무리로 산에 올라가 경쟁적으로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제 땅을 가지고 농사지은 사람들은 이듬해에 굶어 죽는 일이 없어졌다. 그때 기자는 저렇게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국가 땅을 나누어 주면 산도 살리고, 대량아사도 막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먹을 것이 없으니 방화범에게도 관대할 수밖에

몰래 올라가 불을 지르는 도화(盜火) 범죄자들이 붙들려 온 적이 있었다. 산림감독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범인을 잡으면 안전부(보안부)에 넘겨준다. 그런데 산림 수백 헥타르를 불살랐지만 한 주일가량 구류되었다가 풀려난다. 그만큼 먹을 것이 없어 관대한 것이다. 물론 밖에서 가족들이 뇌물(돈과 술, 담배)을 먹여야 빨리 풀려난다.

방화범에 대한 처리가 관대한 것은 산림이 국가재산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인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북한의 전 국토가 민둥산으로 변해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점은 북한 사람들이 갈수록 ‘공공재의 중요성’에 무심해지는 것이다. 북한의 다음 세대들은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자라지 않는 황폐한 국토를 물려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북한 정권은 다음 세대들에게까지 큰 죄를 짓고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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