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 從北 숨겨준 野연합공천, 결국 부메랑?

4·27 재보선 결과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보수의 아성’이라 믿었던 분당을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즉각 당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졌다. 한나라당 ‘대패’, 민주당 ‘대승’이라는 종합평가 속에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1석을 차지하는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내년 선거(총선·대선)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중산층의 반MB 정서 확대, 민주당 대선후보 약진, 야당연합 공천의 파괴력 등이 내년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야(野)4당(민주당·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의 연합공천제는 앞으로도 더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공천제는 각 야당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세워서는 승산이 전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번 선거에서 그 효과를 입증한 만큼 향후 선거에서도 이같은 방식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대 진보’란 명확한 접점을 만들 수 있고, 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정당 지지율은 답보상태인 야당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인 ‘정권심판론’을 계속 밀어부쳐야 할 판국이다. 야권 단일 정당화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당장 이번 재보선에서 특별한 소득을 내지 못한 국민참여당에게는 친정인 민주당과의 통합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4·27 재보궐 선거결과에 대한 각 정당마다 계산법이 각기 다르겠지만, 최대 수혜자로는 민주노동당을 꼽을 수 있다. 소액투자자가 가장 큰 배당을 챙긴 결과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순천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으로부터 ‘무공천’이란 양보를 받아냈고,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자당 후보를 단일후보로 만들어냈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3개 지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5석의 ‘미니 정당’이 얻은 결과로는 과분한 수준이다.


만일 순천에서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볼 수 있는 무소속에게 패했다면 야권연합의 유의미성이 큰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민노당 김선동 후보는 36.4%의 표를 얻어 2위와 14%라는 큰 차이로 이겼다. 이번 결과는 민주당 텃밭에 민노당의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그동안 노동자 결집지역인 울산 북구 외에 지역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것이 민노당의 치명적 약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큰 수확물이다.


‘종북세력’ ‘친북세력’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던 정당지지율 4%대의 민주노동당에게 ‘범(凡) 민주’란 타이틀을 가진 ‘연합공천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겨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무비판적 입장으로 일관했던 민노당 입장에서는 자신의 힘을 키워갈 수 있는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합공천제로 내년 총선·대선을 치뤄야만 하는 민주당과 지분을 놓고 줄다리기를 펴 양보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이번 재보선의 연합공천제는 답보상태에 있던 민노당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민노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 20%를 회복하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제1야당,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민노당의 입장에서는 유리온실과도 같은 연합공천제도 하에서 힘을 키워 이후 제1야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하지만 민노당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뒤따른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정당 정책 상 차이가 뚜렷해 지금은 ‘동지’지만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껴안고 있다. 특히 민노당의 북한 추종, 북핵 옹호, 반미, 부유세 등의 정책은 민주당의 햇볕 복지정책과도 차이가 크다. 


민주당 내에서도 민노당과의 선거연합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내년 총선 상황에서는 주요 지역구 마다 민노당의 ‘친북’ ‘종복’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수 밖에 없다. 이번 4·27 순천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였던 김경재 후보는 사실상 야권후보였던 김선동 민노당 후보에게 “북한 김씨 3대 세습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김선동 후보는 “색깔론으로 공격하지 말라”며 날선 공방을 폈다.


또한 지난 6·2지방선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 간의 알력싸움이 내재된 상태로 볼 수 있다. 각 정당이 생존전략상 연합공천제를 큰 틀에서 합의한다고 해도 각 지역구를 놓고는 치열한 기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이념 성향이 각기 다른 정당간 연합공천제 파열음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 결과 등의 후보 결정방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물론’에서 뒤쳐지는 민노당에 양보를 강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또 군소정당에 불과한 민노당이 과도한 지분을 요구할 경우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범 민주’란 이름으로 정권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서 조커 카드일 수 밖에 없는 민노당을 어떻게든 끌어안고 가야만 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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