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방북 놓고 부처입장 어떻게 갈렸나

국가정보원이 민주노동당의 방북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통보했지만 통일부가 30일 방북을 승인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이 연루된 `북한공작원 접촉사건’에 대한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가 정국의 변수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과 맞물려 논란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정부 내에서 대북 포용론과 보수 성향의 목소리가 충돌한 사례로 연결시켜 보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국정원은 이번 민노당 방북 외에도 이날 방북을 희망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에 대해서도 방북에 반대하는 등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 간 일부 교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는 목소리도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 국정원 왜 반대했나 = 국정원의 반대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물론 국정원 측도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전개된 긴장된 정세를 염두에 둔 판단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국정원이 이번 방북단 가운데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 준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통일부로부터 방북 관련 의견 조회를 받으면 방북그룹 전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그 중의 특정인의 전력 등을 거론하며 입장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노당이 작년 8월 방북해 구설수에 오른 것을 떠올리는 관측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민노당 일행이 우리의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북측 애국열사릉을 방문, 김혜경(金惠敬) 대표가 방명록에 “당신들의 `애국의 마음’을 길이 새기겠다”고 서명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간첩사건 수사와 시기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민노당 전현직 당직자 2명이 이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상황이 감안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방북하는 민노당 지도부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지만 불필요한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는 민노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북한의 선전활동에 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염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통일부 왜 승인했나..이중잣대 논란 = 방북 승인은 통일부 장관의 재량권이다.

남북교류협력법 제12조에 “통일부 장관은 (방북)신청받은 내용이 중요한 경우에는 관계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어 사전에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지만 이는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이번에도 국정원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그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는 설명인 셈이다.

통일부 측은 승인 배경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고 공당의 대표단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방북이 불허되는 경우는 이적단체 명의로 방북하는 자와 교류협력법이나 국가보안법상 수사가 진행 중인 자가 해당되지만 이번 민노당 방북단은 이와 무관하다는 논리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노당은 제도권의 정당 중 하나이고 방북 목적도 작년에 이어 두번째 성사된 남북 정당간 교류”라며 “13명의 방북자에게 확인한 결과 수사 대상자가 없다는 확약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번 사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점심 무렵이 다 돼서야 최종 결정을 내리고 북한방문증을 베이징(北京)행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나간 민노당 방북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깊은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지난 주 불거진 386 간첩 사건도 통일부의 고민거리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측이 “(방북단이) 이번 (수사)건과 관련됐다는 의견은 없었다”고 말한 것은 민노당과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통일부의 최종 판단에는 민노당 문성현(文成賢) 대표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방북단의 활동과 관련,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추가 핵실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국 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민노당 대표단이 방북해 북한 고위층을 만나는 만큼 대북 메시지를 전할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에 기대를 걸었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자칫 불허했을 경우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2004년 7월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을 위한 방북이 무산됐을 때 북측이 이를 남북관계를 끊는 빌미로 삼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날부터 방북을 희망했던 6.15남측위 청년학생본부 소속 70명의 방북 신청은 불허,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통일부는 청년학생본부에 대해 방북 신청을 철회할 것을 유도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 주말에 불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불허배경에 대해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방북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정무적으로 판단해 승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노당과의 판단 차이에 대해 “(민노당 방북단은) 의원 2명이 있고 당 대표도 포함됐고 해서 책임 있게 행동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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