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내 ‘北인권 개선’ 목소리 늘고 있다”

25일 ‘북한 인권과 대한민국 정부 조직의 역할’ 토론회가 열린 정동배재학술센터에는 북한인권 관련 행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좌파 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인권 NGO와 학계·언론계에서 나온 발표자들이 차례로 호명된 뒤 맨 마지막 주대환(54)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사진)이 소개되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크워크 이사장조차 “오늘은 ‘특이한’ 인물이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을 정도로 그의 참석은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실 주 전 의장은 민노당 정책위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민노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에도 “당내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민노당의 변화를 위해 북한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전 의장은 이날 기자를 만나 최근 민노당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반드시 거쳐야 할 쇄신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주 전 의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말하자면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진화가 이제야 되고 있는 과정이다. 진통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해 민노당 내 친북주의 청산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민노당 내에서도 북한인권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며 “지금은 전반적으로 세계관과 노선을 재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에관한 근본적인 반성을 거쳐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당론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평등파)로써는 좀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민노당 전체가 친북 성향으로 비춰지는 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분단국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주사파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사파에 대한 책임은) 한국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재 정권 당시에는 언론의 통제로 북한 실상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며 “학생 때는 호기심에 단파라디오를 사서 북한의 대남방송도 들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북한이) 신비화 되었고, 학생운동의 흐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운동권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며 일부는 사회화가 되기도 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망아래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러한 세력이 민노당에 들어와서 지금의 자주파(NL)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전 의장은 “이들은 원래 독자적 진보정당 창당에 찬성하지 않는 세력”이라며 “애초 민노당 창당에도 개입하지 않았었지만 점점 수가 늘어나서 지금은 다수 세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NL계열과 PD(평등파) 계열의 갈등이 깊어지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과 관련 “민노당의 가장 밑바탕은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내는 일반 노동자들”이라며 “이 사람들이 사실은 민노당의 주인”이라고 말해 자주파와의 결별도 각오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민노당 내 범PD(평등파) 계열로 분류되는 주 전 의장은 스스로 NL과 PD세력을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진보 세력을 꿈꾼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개선을 내건 새로운 ‘제3 좌파’의 등장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