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이 과연 ‘北인권 깃발’ 들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은 대선 참패 이후 당 진로를 놓고 자주파(NL)와 평등파(PD)간의 갈등이 극심해지자 내분 사태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평등파로 분류되는 심상정 의원을 선출해 봉합에 나섰다.

심 위원장은 14, 15일 연이은 기자회견과 방송 인터뷰에서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당, 친북당 등 민노당에 쏟아지는 질책과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떠한 성역도 없이 당의 낡은 요소를 혁신해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당이 ‘종북(從北)주의’ 논란으로 분당이냐 혁신이냐를 두고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성역 없는 혁신’도 다짐했다.

다만 그는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는 종북주의가 아니고 극히 일부가 그런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다”며 자주파의 실체를 감싸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친북’ 논란을 야기했던 일심회 사건 재평가와 통일비전 재정립 등으로 오해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자주파의 명칭은 ‘자주’이지만 사상적 실체는 주체사상에 가깝거나 우호적이라는 지적은 이미 민노당 내부에서 끊임 없이 지적돼온 사실이다. 좌파 성향의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언제까지 민노당이 당을 조선노동당 남한 지부로 만들려는 일부 주사파들에 의해 자멸의 길을 가야 하느냐”고 성토한 바 있다.

‘종북주의’ 논란을 촉발시켰던 조승수 전 의원도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從北)주의’ 노선을 택하는 당내 자주파(NL계)의 지향과 성격은 창당정신과 맞지 않다”면서 “이들은 사실 북한의 통일전선조직의 하나로 당을 생각한다”며 분당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자주파가 다수인 민노당은 북한의 핵실험을 ‘자위수단 강구’로 규정했고, 17대 대선에선 ‘코리아연방공화국 건설’을 공약화하는 등 노골적으로 친북노선을 택했다.

민노당 자주파가 사실상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을 수행하는 조선노동당의 이중대 역할을 하는 이상 이들과 변화와 혁신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심 위원장이 민노당의 다수 지분을 차지하는 자주파를 세력 유지와 감싸기 차원에서 계속 끌고 간다면 민노당의 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자주파의 속셈은 분명하다. 이들의 본질적 관심은 민노당의 혁신도 선진 좌파정당으로 탈바꿈도 아니다. 북한의 주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해서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민노당이라는 합법적인 좌파 계급정당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것뿐이다.

심 위원장이 북한 추종노선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약속한 만큼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 소수파가 다수파를 축출하거나 개혁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주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노당이 선진 좌파정당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자주파와의 투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종북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상 이번 기회를 자주파 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4월 총선에서는 민노당이 북한 당국에게 최소한 핵 폐기와 인권 개선만은 당당히 요구하는, 상식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 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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