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원에 “꽃제비는 北정권 피해자”란 말하자…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좌파 진영 내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출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5월 말까지 통합합의문을 마련키로 합의한 상태다.


진보정당 통합의 최대 변수는 역시 ‘종북(從北)’ 문제다. 민노당 내 주류세력인 자주파(NL)와 비주류인 평등파(PD) 사이에 종북주의에 대한 치열한 사상논쟁이 전개됐고, 그 결과 2008년 평등파가 집단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당이 쪼개질 수 밖에 없었던 ‘종북’ 논란이 매듭지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사람도 헤어졌다가 재결합을 추진할 때도 과거 서로의 잘못에 대해 모두 밝히고, 각자가 무엇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게 먼저다. 하물며 사회 집단인 정당이 쪼개졌다 합쳐질 경우 서로간의 입장차를 조율하고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과정을 동반할 것이다.


11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열린 ‘새진보정당 건설과 진보혁신을 위한 토론회’는 북한과 관련한 쟁점과 현안문제에 대한 각 단체간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통합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자주파(NL)가 장악하고 있는 민노당은 ‘3대세습·북핵·인권’ 등은 북한 내부문제인 만큼 외부에서 간섭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분열주의의 발로이며 진보대통합을 방해하는 책동’으로 규정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좌파진영에서도 이런 민노당의 ‘북한감싸기’ 자세를 비판한다. 한 토론자는 “북한 꽃제비도 북한권력에 의해 구조화된 피해자”라고 말한다. 독재권력에 의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을 추궁한 것이다.


그는 또 만약 30년 뒤 통일이 된 후 ‘북한 주민들이 너희(진보진영)들은 뭘 했냐’라고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민노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진보정당 창출을 위해 ‘종북’문제를 잠시 ‘덮어두고 가자’는 것이 민노당의 합당 전술로 보인다. 이정미 민노당 전(前) 최고위원은 “국민은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어떤 세력이 존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일차적인 것은 국민이 원하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진보정당의 역할론만을 내세웠다.


결국 통합 내용이야 어찌됐든 단일한 진보정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으니 ‘종북’문제가 여기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좌파진영에서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이란 이름으로는 더 이상 지지도를 높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미 형성돼 있다. 내년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일한 ‘진보정당’이란 타이틀을 내걸어야 하는 사활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진보정당 통합을 이룬 다음에야 후보단일화를 놓고 민주당으로부터 ‘최대 양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진보신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이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금기시하는 민노당과의 입장차를 확인했음에도 ‘묻지마식’ 합당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진보신당은 ‘종북’ 문제에 대해 절충점을 찾아 타협한다면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종북’ 문제를 덮어두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협상을 진척시킨다면 기존의 지지층은 물론 국민들의 외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좌파 진영은 규합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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