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력으로 ‘재외탈북자’ 확실히 해결하자”

1994년부터 시작된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인구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듯이 300만에 가까운 북한주민들이 식량난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대량 아사로 인한 인구 감소와 국제 사회의 원조 등으로 잠시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는 듯했지만, 북한정부의 식량배급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 핵개발 의혹, 위조지폐, 마약생산 등으로 원조규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계속적인 식량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북한의 식량난은 세습독재체제에서 기인한 왜곡된 정치사회체제와 선군정치 등의 비정상적 사회체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혁개방을 통한 체제변혁만이 유일한 방책이며, 설사 외부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근원적인 해결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 주민의 삶, 인권, 특히 여성의 삶과 인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대량의 탈북난민을 발생시켰다.

현재 재외 지역에 분포되어있는 탈북난민의 수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탈북자는 현재 중국에 있다. 그 숫자는 대략 5만에서 10만 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 동북아 지역(몽골, 러시아 등)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정부 혹은 탈북지원 NGO의 도움으로 보호되고 있는 숫자가 대략 1,000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탈북자 숫자는 앞으로도 줄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다.

“탈북자 대다수 여성…범죄와 인권유린 심각”

특이한 점은 중국을 비롯한 재외지역에 상존하는 탈북난민들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고난의 행군이후 북한사회체계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전통적인 남여 역할의 변화에 비롯된 바 크다.

탈북난민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이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와 인권유린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탈북자들에 대한 대책에 특히 여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탈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 속에서 국제인권단체, 종교조직들이 본격적인 구원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당국의 지속적인 탄압과 강제북송 조치로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내의 탈북자들은 비법 월경자라는 중국법과 조국배반죄라는 북한법을 동시에 어긴 범법자이자 수배자다. 그러다보니 수배자가 되어버린 탈북자들은 숨어서 돈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가 은신처와 도피자금을 제공해주지 않는 여건에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적발과 강제북송의 위험은 커지게 마련이다. 강제북송의 결과는 가혹한 처벌이다. 더구나 중국당국의 감시와 탄압으로 지속적인 위협에 놓여있는 지원단체들의 활동이 주춤해 지면서 제3국행을 추진하기에 비용과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또 북한여성들은 북한을 탈출하는 그 순간부터 인신매매와 강제송환의 위험에 처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들 탈북여성들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은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다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것이다.

탈북여성에 대한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매매조직이나 업소, 중국인 남편들 혹은 임금착취 등의 유혹에 빠지는 기업에 의해 중국공안에 신고만 되면, 해당 여성은 강제로 북송되어야 하고, 북송된 순간부터는 불법월경죄, 조국배반죄 등의 죄목으로 가혹한 처벌을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한국사람과의 접촉, 종교조직과의 연계성이 드러나면 노동단련대, 교화소, 정치범수용소에까지 수감되게 된다.

“기획탈북, 의도 왜곡 않도록 신중 검토해야”

재외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원단체들의 탈북지원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일명 기획탈북의 형태이다. 이는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를 중심으로 시도되었던 방식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NGO간에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처음 시도되었던 2002년 주중스페인 대사관 25인 진입사건을 중심으로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2002년 3월 14일, 25명의 탈북자들이 주중스페인대사관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하였는데, 세계의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였고, 중국내 탈북자 문제는 일약 국제사회의 무대에 커다란 문제로 떠올랐다.

유럽의회 순번제 의장국이었던 스페인 정부에게 난민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탈북자는 더 이상 도망자 혹은 범법자가 아닌, 국제법으로 엄연히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난민임을 세계만방에 알리고자 했던 스페인대사관 진입사건은 중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으로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채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뒤 일단의 탈북자들이 연이어 중국내 외국공관 진입을 시도하였고, 중국내 주재 외국공관은 창살없는 감옥속의 탈북자들에게는 자유의 문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25명을 살리기 위해 남아있는 수만(數萬)의 탈북자들을 더욱 큰 고통 속에 빠뜨린 잘못된 행동이었다라는 의견에서부터 창살없는 감옥속에 꼭꼭 숨어있던 탈북자들에게 자유인임을 확신케하는 25발의 총알이었다는 평가까지.

하지만 1999년도 입국한 탈북자수가 148명에서 2002년 이후 매년 1천명 수준을 넘은 것은 기획탈북의 순기능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다른 탈북자의 신변을 위협하고 중국정부의 강경 탄압을 불러온다는 역기능적 측면에서 기획탈북은 신중하게 검토되고 실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본래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남용되는 것은 실행의 주체인 NGO의 도덕적 차원에서도 철저히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는 일상적인 지원탈북이다. 보편적인 선교단체나 NGO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탈북자들을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안전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제3국행을 지원하는 형태인 것이다. 이것은 시간과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끊임없이 추진되어야 하고 진행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사안이다.

현재진행형의 의미는 중국 국경일대를 목적의식적으로 하루정도만이라도 다녀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결국 고통받는 우리의 동포를 우리가 외면한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밖에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하겠다.

“北, 탈북자 인권문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갖게 됐다”

먼저 탈북난민의 입국경로를 살펴보면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북방루트와 남방루트로 설명될 수 있다. 2000년초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탈북루트가 북방루트로 진행되었던데 반해 현재는 많은 수가 남방루트를 택하고 있다.

과거 북방루트의 경우 중국을 벗어날 수 있는 거리가 짧다는 이유가 주요인이었지만, 광활한 사막을 넘어야하고 환경적 여건으로 황사시기, 겨울철 등을 감안하면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이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남방루트는 지리적으로는 1만km에 달하는 엄청난 거리이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탈북난민들의 망명과정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탈북난민의 미국 입국 이후 동남아를 비롯한 재외 지역에 산재해있는 탈북난민들이 미국행을 선택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한국으로의 입국을 원하고 있지만, 중국 등지에서 제3국행을 목적으로 이동을 하려는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미국행을 비롯한 제3의 길에 대해 긍정적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탈북난민의 망명을 허용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외교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탈북난민의 문제는 이제 우리 한반도를 넘어서서 국제사회의 커다란 이슈가 되었고, 북한으로서도 탈북난민과 더불어 자국민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국제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적 부담으로 대두된 점을 외면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NGO활동가, 한국정부 도움없이 목숨 걸고 활동하고 있어”

재외지역에 존재하는 탈북난민들이 한국정부와 NGO들에 의해 보호받는 과정에도 엄청난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중국은 1957년 난민협약에 가입된 국가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상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탈북자에 대한 강제북송 등의 악랄한 탄압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기는커녕 중국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여건에서, 중국내에서의 탈북자 지원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 걸고 하는 위험한 일임에 틀림없다. 현재 수십 명에 달하는 탈북지원활동가들이 중국의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책임한 직무유기 행위만 보아도 그 정황을 잘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은 남방, 북방 등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이동하게 되는데, 어디를 가도 한국정부는 보이지 않으며, 탈북지원단체나 종교단체들의 피눈물나는 헌신성에 무임승차하려는 얄팍함만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탈북지원 NGO들은 중국에서부터 숨어사는 탈북난민들을 안전하게 제3국으로 이동시킬 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도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데, 재정적으로나 인적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들 단체들이 모든 일을 감당하기란 참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이다.

현재 북방루트는 한국정부나 NGO가 운영하고 있는 보호시설이 전무한 상태이며, 남방루트는 그나마 종교시설 등의 도움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수용시설의 열악함, 주재국 환경변화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5년 베트남에서 발생한 탈북난민 대량입국 및 보호시설 교민들의 강제추방과 현재 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북난민 강제연행 등의 일련의 사건들은 이와 같은 열악한 시설과, 환경변화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다.

한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탈북난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러한 악순환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 탈북자 문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탈북여성들을 비롯한 탈북난민들의 삶과 인권은 ‘비참함’ 그 자체이다. 이런 그들을 언제까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는 구실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이며, 한국에 입국한 탈북동포들을 이등국민 취급함으로써 두 번 죽이는 일을 멈출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탈북난민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됨으로써, 그 첫 일성이 북한인권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마당에, 국제사회를 통한 탈북난민 지원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앞서 살펴본대로 북한인권 NGO들이 재외지역에 산재해 있는 탈북난민들을 지원하는 데에는 너무나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재정적으로 열악한 한계와 더불어, 해당 국가의 적극적인 협조없이는 탈북난민 문제가 해당국가와 북한인권 NGO 간의 대결양상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감대를 앞서 주도하고, 탈북난민 문제가 한반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인류보편적 가치로서 여타 난민정책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큰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여기에 국내 NGO들의 노력으로 국제인권단체를 통한 국제사회에의 영향력 행사야말로, 탈북난민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와 NGO간의 소중한 역할분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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