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북지원단체 ‘식량 최우선’ 움직임

내년 봄 남측 정권 교체기와 북측의 춘궁기가 맞물리면서 북한의 식량사정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부 민간 대북지원 단체들이 보건의료.복지 등 일반적 지원보다는 긴급구호 성격이 짙은 식량 중심으로 지원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새 정부로의 정권 인수기와 새 정부 출범 후 한동안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이 주춤할 경우 올해 8∼9월 폭우로 큰 타격을 입은 북한의 내년도 식량 사정이 보릿고개와 맞물려 한층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옥수수나 밀 등 국제 곡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하고, 북한이 자체 예산으로 수입하는 곡물량 역시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55만6천t의 식량을 자체 수입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곡물 전망과 식량 상황’ 12월호가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나눔공동체나 한국JTS, 나눔인터내셔날 등 대북 지원단체들 사이에선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다른 분야의 지원을 식량으로 돌리는 등 식량지원을 최우선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북한 영유아 지원사업을 진행중인 남북나눔공동체의 안약천 사무국장은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정책 기조가 현 정부에 비해 크게 바뀐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에 공백이 생길 수 있고 민간단체들도 일정한 한계에 직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춘궁기 때 북한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정부 출범 초기 대북지원 공백기가 잠시라도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내년 5월 이후에나 집행된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크다고 안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북측이 말하는 식량문제는 우리의 예측보다 심각할 수 있다”면서 “차기 정부도 대북지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민간단체들도 의료나 복지 차원의 지원보다는 긴급구호품인 식량을 우선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지원에 주력하고 있는 나눔인터내셔날 관계자도 “아직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다들 (춘궁기와 정권교체기 공백에 따른 북한 식량난 심화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협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JTS 관계자도 “차기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바꾸지 않더라도 재검토에 들어간다면 그 공백기에 북한의 식량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식량지원 시기를 앞당기거나 춘궁기에 지원을 집중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체인 남북나눔운동의 신명철 본부장 걱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기 정부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북 지원활동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며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대북지원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국제 곡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수출촉진책의 일환으로 지급해오던 장려금을 최근 폐지했기 때문에 곡물을 중국에서 수입해 지원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며 “북핵문제가 제대로 풀려 국제사회가 대북지원에 나선다면 몰라도 내년 춘궁기 때 북한의 식량사정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북한에 대홍수가 발생한 이후 대북지원이 올해까지 10년 넘게 지속됨에 따라 후원자들이 이른바 대북지원 ‘만성피로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북한의 식량난 우려를 가중하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 본부장은 “민간단체 후원금이 점차 고갈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의 대북 교류.협력도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북핵 폐기 프로그램이 진척돼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선다면 몰라도, 현 상황에서는 차기 정부가 대북지원 공백기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이현희 정책부장은 “이명박 당선자는 북핵문제가 다 해결돼야 대북지원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상호주의를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북한의 식량사정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보수와 진보가 부딪히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기업들이 새 정부 의 눈치를 보며 대북지원 후원에서 주춤할 수 있다”며 대북지원 환경이 불리하게 바뀔 것을 우려했다.

인도주의적 성격의 대북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의 180여개 단체 중 30∼40%는 기업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현희 부장은 “2007남북정상회담 때 합의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에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 당선자가 현 정부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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