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북방송들 재정난에 고민

국내 첫 민간 대북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이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공로로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의 올해의 ‘매체상’ 후보로 선정됐지만, 현재 국내의 민간 대북 라디오방송들은 대부분 운영난으로 고민하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 외부소식을 전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들 대북 라디오방송은 자유북한방송 외에 북한개혁방송, 열린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CMI 광야의소리 등 5개가 운영되고 있다.

자유북한방송은 2004년 4월20일 첫 전파를 쐈고, 자유조선방송과 열린북한방송은 2005년 12월, 북한개혁방송은 지난해 12월 각각 방송을 시작했다.

이들 방송의 직원 수는 2명~15명 수준으로 영세하며, 열린북한방송을 제외하면 모두 탈북자들이 만들었다.

대북 방송은 외부 정보 유입이 제한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도움을 준다는 게 탈북자를 비롯해 국내외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내 청취자도 점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언론재단이 2005년 12월 탈북자 330명을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 ‘외부 언론’을 접한 사람은 24%였으며 라디오 청취 경험자가 18.4%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자유북한방송의 탈북자 조사(208명)에서는 응답자의 30.7%가 외부 라디오를 들었다고 밝혀, 조사 대상이 다르기는 하나 2005년 조사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전파방해와 처벌 위험 때문에 여전히 북한 주민들이 이들 대북방송을 청취하기는 쉽지 않다.

대북 방송은 단파로 북한과 중국의 동북 3성까지 보내진다.

라디오 전파는 중파, 단파, 초단파로 나뉜다. 중파인 AM과 초단파인 FM은 음질이 좋지만 원거리 송출이 어렵다. 단파는 혼신.잡음이 많지만 지구 전역을 포괄할 만큼 가청 범위가 넓다.

방송들이 중파(대역 526.5~1천606.5㎑) 대신 단파(대역 3~30㎒)를 쓰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에서 전파를 송출하지 않고, 해외에서 보내는데 “국내 송출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남북이 정상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에서 상호 비방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이후 정책적으로 불허되고 있다”고 운영자들은 주장한다.

민간 대북방송의 송출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전파법상 주파수 분배와 방송국 개설의 허가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중 미국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민간 대북방송의 송출을 금지한 정책을 바꾸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에드 로이스(공화당) 미 하원의원이 밝혔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시받은 사항이나 추진 중인 것이 없다”고, 통일부도 “담당 부처가 아니어서 관여하는 바가 없다”고 각각 말하는 등 정부에서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이에 따라 대북 방송은 MP3 파일을 VT커뮤니케이션 등 영.미권 송출 업체로 보내면 이들 업체가 대만,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제3국에서 북한으로 송출하는 위탁송신 체제다.

전기 사용량은 중파 약 50㎾, 단파 약 300㎾이며, 비용은 업체에 따라 시간당 170~300달러이지만 대체로 단파 송출이 더 비싸다.

`광야의 소리’를 제외한 4개 대북방송은 비용 부담 때문에 지난 9월 정부에 대북방송의 국내 송출 허용과 예산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대북방송은 매일 밤 10시~오전 6시에 방송별로 1~3시간 송출된다.

내용은 각 방송 운영자의 방침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자유북한방송은 뉴스와 계몽성 내용이, 자유조선방송은 북한 고발 내용이, `비정치 방송’을 내세우는 열린북한방송은 영어뉴스 등 교육.문화 내용이, 북한개혁방송은 북한의 엘리트층을 겨냥한 해설과 논평, 대북 메시지가 많다.

대북 방송의 당면 문제는 수익성이 낮아 재정이 열악한 점이다. 이 때문에 운영자의 개인 돈이나 외부의 비정기 후원금 등으로 비용을 조달한다.

한 방송의 경우 매달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등 지출은 300여만원이지만 수입은 200만-250만원에 그쳐 적자가 쌓여 방송시간 축소를 고려 중이다.

외부 후원은 미국 비영리단체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NED의 후원금은 방송별로 2만5천~21만6천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9월말 국내 세미나에 참석했던 미국의 크리스천 휘튼 북한인권 부특사는 대북방송 매체에 대한 지원 확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재정난과 관련, 유사 대북방송이 난립했기 때문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운영자는 “대북 방송 주파수를 통합 관리하는 재단을 만들면 주파수 구입 비용이 절감돼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운영자는 “역량을 합치면 효과가 더 커지기는 하겠지만, 서로 특성이 다르므로 각자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대북 방송을 비롯한 북한 민주화.인권 단체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북한 정보를 유통시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한때 국내 언론이 대북방송 내용에 주목했지만 최근엔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 운영자는 “물론 반성할 점도 있지만, 북한의 특성상 정보 수집과 유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활동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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