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통일운동 北核에 대한 관점은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가 23일 밝힌 북핵사태에 대한 견해는 민간통일운동단체의 이와 관련한 관점을 상당부분 드러낸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극보수를 뺀 진보에서 온건, 보수까지 대부분 시민단체를 아우르고 있는 최대민간통일운동기구인 6.15남측위 ’수장’인 백 대표의 견해가 곧 전체 민간통일운동단체의 북핵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내부논의 결과와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6.15남측위는 앞서 북핵사태 이후 ’정책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 내부 논의를 수차례 가졌으나 일부 사안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는 바람에 통일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북핵 책임론 ’양비론’(?) = 백 대표는 북핵사태가 현재에 이른 데에는 북한과 함께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백 대표는 “핵실험을 결단하고 실행한 일차적 주체는 북측 당국이지만 안전보장만 해주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거듭된 주장을 묵살해온 미국의 책임을 동시에 묻지 않고 북측만 규탄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규탄만을 경계하고 북핵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과정에는 미국의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그는 아울러 “미국의 책임을 말할수록 대다수 남쪽 국민에게는 북핵에 대한 일방적인 옹호로 비치기 쉬우며 실제로 미국의 대북압박이 남한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북한카드’의 성격을 지닌 점을 간과하게 된다”며 미국 책임론의 한계도 지적했다.

이는 6.15남측위 내부에서도 북핵에 대한 주책임론을 둘러싸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에서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北核 사유 ’일리도 있지만 더 따져봐야’ = 북한의 핵개발 사유에 대해서는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일부 일리도 있지만 더 다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 대표는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동안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계속되어왔고 선제공격의 위협마저 없지 않았던 상황에서 ’군사적 억지력 확보’를 위한 핵무장이라는 북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군사적 억지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적 협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이 기존의 다른 핵보유국들이 내걸었던 명분과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군사적 억지력 확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군사적인 안전을 넘어 경제회생과 주민의 생활향상이 국가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때 핵무기 보유가 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나 하는 데는 물음표를 던졌다.

또 ’협상용 카드’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미국의 태도변화가 핵실험과 중간선거에서의 민주당 압승 중 어느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는 지, 실제로 6자회담이 재개됐을 때 협상이 얼마나 성과적으로 진행될 지 등에 대해 ’미지수’라고 밝혔다.

◆남북경협·대북 인도지원 계속돼야 = 북핵사태 속에서도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이나 대북지원은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 대표는 “북핵사태 이후 인도적 지원사업이 일시적으로 부진해지는 것은 불가피할지라도 이를 ’제재수단’으로 명시해서 중단하는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행위”라며 중단없는 사업 전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도적 사업은 당연히 지속되고 강화돼야 하는데 이를 인권 담론과 적절히 결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협력사업과 관련해서도 “개성과 금강산 등 기존의 사업을 지속함은 물론 이들처럼 남북 서로에게 이득이 되고 국민의 상상력에 호소할 수 있는 창의적 협력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대북 ’퍼주기’논란은 수구세력의 악의적인 왜곡도 있지만 인도적 지원과 남한경제에 직접적인 이득을 가져오는 경제협력을 구분해 줄 논리가 부족했던 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반성형’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시민참여 통일운동 몫 커진다 = 백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6.15시대’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나 남한의 민간이 해야 할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반도식 통일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북핵사태로 ’6.15시대의 종언’이라고 할 만한 변화는 없으나 핵실험 이후 6.15공동선언실천의 주체적 자세와 객관적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관성적 통일운동이나 교류협력사업을 통해 분단이 극복되리라 거나 분단을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만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민주주의의 심화 등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접는 것이 급선무인데 핵실험이 이런 담론 쇄신의 계기가 됐다”며 “역설적으로 남녘 민간사회의 몫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의 당사국들이 나름대로 역할이 있겠지만 남측 민간은 ’제7의 당사자’로 북핵문제를 해쳐 나가야 하고,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양 정부와 함께 ’제3의 당사자’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 대표는 “이같은 견해는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이지만 6.15남측위 대표로서의 경험과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며 조직 내부적으로 ’이미 합의된’ 견해는 아니지만 고민 중인 사안들임을 시사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