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활동에 軍이 ‘대응’할 이유 없다

북측이 지난 2일 남북군사회담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자, 국방부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보고자료에서 “유관 부처와 협의해 민간단체의 전단살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의 항의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간 채택된 ‘6·4합의서’에 포함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모든 선전활동 중지’와 ‘방송과 게시물, 전광판, 전단 등을 통한 선전활동과 풍선, 기구를 이용한 각종 물품 살포 중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독탈북인연합회’ 등 민간단체는 외부 정보를 갈망하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경 내용 등이 담긴 삐라 보내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벗어난 인근 야산과 논밭에서 삐라를 날려 보낸다. 백보를 양보해서 북측이 주장하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과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아울러 ‘6․4합의서’에는 민간단체의 선전활동이 아닌 ‘남북 당국간’ 선전활동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국방부가 정확히 인지해야 할 사항이다.

국방부는 민간단체들의 활동에 대한 ‘대응 마련’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북측에게 ‘대한민국은 민간 활동에 대해 군이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합법적인 민간활동에 대해서는 군의 통제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 국방부는 북한 당국자에게 “민간단체 활동에 시비 걸지 말고 북한 선전매체가 남측 정부에게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퍼붓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 선전매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182일중 무려 153일에 걸쳐 줄기차게 비방했다.

그것도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逆徒)’ ‘패당’ ‘일당’ ‘전쟁광’ 식으로 욕설을 퍼부은 데 대해 북측의 ‘공개사과’부터 요구하는 것이 군 당국자가 해야 할 일이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된 친북좌파단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가며 경찰차량을 때려 부수는 동안 탈북자들과 민간단체들은 가뜩이나 없는 돈에 자비를 털어가며 북한 주민들에게 소중한 정보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기 선전활동을 금지한 것은 명백한 ‘불평등 합의’였다. 남한이 얻을 이익은 아무 것도 없는 반면, 통제된 사회인 북한이 얻을 이익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을 위한 정보 전달을 포기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크나큰 실책이었다.

북측 휴전선에서 근무한 탈북자 주성일씨는 “북한 철책에서 남한의 방송을 들으며 그나마 인간으로서의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는 어리석게도 북한 군인들의 유일한 낙을 빼앗아버린 셈이다.

국방부가 국내 민간단체들의 활동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자칫 월권(越權) 수준을 넘어 간접적 이적(利敵)행위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끈과 끈 사이 고무튜브를 연결하고, 튜브 안에 있는 철사가 액체에 녹아 풀리는 방식이다. 삐라가 담긴 풍선이 성공적으로 날아가고 있다. ⓒ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