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31일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함에 따라 대북 민간지원단체들의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는 이날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로 보류해왔던 민간단체의 북한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순수 인도적지원 물품 반출 승인하기로 했다”면서 “유진벨재단이 신청한 내성결핵약 3억3천600만원 상당의 물품이 지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6개 민간 단체가 내의, 말라리아 방역물자 등 16억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에 대한 반출 승인을 통일부에 요청한 상태다.
또한 56개 대북지원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내달 초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지원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다.
북민협은 개별적인 지원과 협의회 차원의 협력사업을 논의하고자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신청했다. 박현석 북민협 운영위원장은 “북한측 민화협에서 최근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면서 “내복을 비롯해 농업물자에 대한 지원과 관련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의 지원이 시작되면 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유아용품, 분유, 빵 뿐 아니라 농업·축산, 보건·의료 용품 등 농업물자 등도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간단체들은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의 시급성을 고려해 정부 승인 절차가 필요없는 중국 기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난 4일과 11일 함경북도 온성군 유치원 어린이에게 빵과 콩우유가루를 지원했다.
대북 민간단체의 지원이 재개되면서 이들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인 만큼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민간단체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경우 지원이 이뤄지는 유치원이 속한 함경북도 온성군 인민위원회 해외동포사업부로부터 분배확인서와 물자인수확인서를 받고 있다.
분배확인서에는 유치원에 지원된 품목과 수량, 그리고 원장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물자인수확인서에는 물품을 받았다는 온성군 인민위원회 해외동포사업부 대표의 확인 서명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지원 단체 간부가 직접 방문해 사진을 찍고 물품을 전달한다.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은 “우리가 지원하는 품목은 (지원 대상에게) 100% 전달된다는 생각으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모니터링한 부분에 대한 공개뿐 아니라 지원 해준 도너(기부자)에게 보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도 “북한 간부들은 ‘어린이들한테 필요한 물품을 어떻게 빼돌릴 수 있겠느냐’라고 말한다”며 분배투명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북지원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고 물품 성격상 전용 내지는 악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지원단체들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유아 용품들은 품목 성격상 악용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모니터링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성 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일부가 간부들에 의해 빼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한 탈북자는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일부분이 간부들에 의해 빼돌려져 장마당에 팔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식량사정 등이 어려울수록 이러한 간부들의 악행은 더 심해진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남한 당국이 지원한 사실을 공개해 분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 당국이 직접 지원 사실을 파악하게 되면 중간 간부들이 빼돌리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인도적으로 지원되는 물품이 빼돌려질 가능성은 낮지만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원된 사실을 민간단체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지원 현황을 북한 당국이 알게되면 아무래도 간부들의 전용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 14일 공개한 분배확인서와 물자인수확인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