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에 ‘UEP 간접시인’ 제안한 듯

미국은 최근 북.미 제네바 회동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된 핵심 쟁점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음을 ’간접시인’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미 제네바 회동을 마친 뒤 폴란드를 방문, 15일 “북한이 지금껏 벌여 온 일들에 대해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면서 “북한도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외교협회(CFR) 게리 세이모어 부회장은 힐 차관보가 제네바 회동에서 UEP 문제와 핵확산에 대해 ‘북한의 시인을 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보도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참여했고 이후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핵 문제 등을 맡았던 세이모어 부회장은 “우라늄 농축활동 및 핵확산 문제와 관련해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에서 힐 차관보는 다른 방식으로 북한의 시인을 끌어내는 방책을 찾아야 했다”면서 미측 입장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은 북한의 시인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낼 수 있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면서 “이를테면 미국이 북한과의 논의를 토대로 ’북한이 우라늄 활동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고 기술하고 북한은 이런 내용을 반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핵심 소식통은 이에 대해 “가장 좋은 것은 북한이 UEP문제 등을 미국과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원하는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겠지만 북한도 그들 나름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북한을 배려하면서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오가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간접시인’ 방안도 복수의 아이디어에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북한이 ’간접시인’ 방안을 받아들일 경우 핵 프로그램 문제의 해결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이 미국과 합의한 양식의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는 시점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북한이 간접시인한 내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전했으며 북한이 UEP 등을 ’간접시인’할 경우 곧바로 비핵화 3단계인 핵폐기 절차로 들어가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 측이 미국의 ’간접시인’ 방안을 수용할 지가 10.3합의 이행 등 6자회담 프로세스 복원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제네바 북미회담에서 모든 것이 정리되지는 않았다”면서 “북한과 미국 간 조금 더 논의가 진전돼야 하며 북한의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4일 제네바를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 개최 전 김 부상과의 추가 회동 가능성에 대해 “또 한번 협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UEP 문제를 시인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문제’를 과감하게 시인했다가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던 경험이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해야 하며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가장 현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만일 미국의 ’간접시인’ 방안을 수용, 플루토늄 항목은 물론 UEP와 핵확산 활동과 관련된 내용도 담은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할 경우 조만간 6자회담 프로세스가 재가동되고 핵폐기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 간 관계정상화를 지향하는 협상이 급진전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국간 협의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이 끝내 ’과거사 고백’을 거부할 경우 1년도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 등을 감안할 때 북핵 협상이 다시 장기 교착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북한의 선택과는 별개로 미국내 강경파들이 ’간접시인’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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