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범죄단속반 통보내용 뭘까

방한 중인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이 북한위폐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통보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니얼 글래이서 미 재무부 ‘테러단체 자금.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단속반은 23일 오전 외교통상부.통일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들에 이어, 오후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들을 만나 마카오 현지조사 결과를 포함해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유통 의혹을 설명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이 주목되는 것은 마카오 현지 조사후 본국에 보고된 이 내용이 결국 미 행정부가 북한 위폐문제와 관련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본자료가 되고, 그 판단이 장기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 금융범죄단속반은 이날 김 숙(金 塾) 북미국장과 조태용(趙太庸) 북핵외교기획단장 등 우리측 6자회담 팀에게 이미 미 행정부가 ‘돈세탁 우려 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을 포함해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자국과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은 BDA 금융조치의 법적근거와 금융조치의 내용, 위폐문제와 관련된 미 정부기관의 업무 소개 등 그야말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을 브리핑했다”면서 “브리핑 내용은 대외비로 하기로 약속한 만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작년 9월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밝힌 내용으로 미뤄볼 때 이날 단속반은 우선 북한이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등의 불법행위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일종의 범죄 패턴을 소개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관보에서 기존의 언론 보도와 의회 조사국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불법행위로 연간 5억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전 세계에서 북한 외교관 또는 개별기업 직원들이 마약을 비롯해 통제물품 반.출입, 돈세탁과 관련된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통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폐 제조의 정황 증거로 북한이 100달러 위폐의 제조 연도별 실물, 위조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잉크와 정밀화폐 인쇄기 등을 구입한 내역을 통보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

아무래도 초점은 미 단속반이 북한 ‘당국 차원’의 위폐 제조 또는 유통 혐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포착했는 지, 만일 포착했다면 그 것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는 지에 모아지고 있다.

북한 당국 차원의 불법행위가 확인됐을 경우 미 행정부는 기존의 ‘강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중-미 3국의 크로스 체크가 가능한 BDA사건에 대한 통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미측은 최근 몇년 사이 ‘100달러짜리 슈퍼노트’의 위조에 부쩍 관심을 쏟아왔고, 현재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션 갈렌드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가 BDA를 통해 위조지폐 유통에 관여했고 그 과정에서 북한 정부 관료와 접촉한 증거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마카오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그러한 톤을 ‘유지’했는 지 그렇지 않고 ‘수정’했는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지난 달 25일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 차원에서 위폐를 제조했다는 확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위폐발행에 국가기관이 관여한 신빙성 높은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갈렌드 당수의 현재 행방이 묘연해 미측이 관련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고, 그가 자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소재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을 상대로 한 상황 파악도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미측이 이와 관련해 종전처럼 ‘확언’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미 자체적으로 BDA 사건조사를 마친 중국은 북한측이 불법행위라기보다는 몇 건의 규정위반을 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 지가 주목된다.

미측이 중국의 조사결과를 수긍한다면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로써 금융제재 공방으로 막힌 북핵 해결 구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