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한반도 당국자 “핵실험 가능한 터널 여러곳…길주만 분주”

▲ 한. 중. 일 외무장관이 북핵관련 3자위원회를 열고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조선일보 2005-05-09)

미 국방부 한반도 안보관련 핵심관리는 7일 한국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조선일보에 최근 불거진 북한의 핵실험 준비징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관리는 북한에서 포착되고 있는 징후들에 대해 “한마디로 매우 심각하다”며 “우리는 아주 가까운 장래에 무엇인가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보나?

“김정일 정권은 핵개발에 있어서 대단히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그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했고, 실제 핵보유 선언을 했다. 논리적으로 핵보유 선언 다음의 조치는 핵 실험이다. 그들은 6자회담에서 자신들은 핵실험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 실험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핵실험 준비에 대한 증거는 무엇인가?

“당장 내일이나 모레 실험을 할 것이란 증거는 없다. 그러나 핵실험 준비를 뒷받침하는 여러 징후들이 있다. 우리 모두는 북한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다.”

―한국도 보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우리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위성사진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고해상도의 자체 인공위성도 갖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능력이 있다고 보나?

“그들은 실제로 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여러 곳에 갖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할 것인가는 실험 목적에 달려 있다. 순전히 핵폭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실험이라면 그냥 구멍에 넣고 터뜨리면 된다. 만일 과학적인 실험이라면 수많은 장치와 준비가 필요하다.”

―핵실험 가능 장소가 여러 곳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북한에는 수많은 터널이 있고 핵실험이 가능한 곳이 여러 곳 있다. 핵실험을 하기에 충분한 터널깊이, 각도, 적절한 주변지형을 가진 곳이 여러 곳 있다는 뜻이다. 그곳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많은 활동은 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현재 준비상태로 볼 때 언제쯤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빠른 시일내에 할 수 있다. 6월도 가능하다. 핵실험은 그들이 세계에 보여주는 최대의 이벤트다. 따라서 그들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하고 상징적인 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내게 내기를 걸라면 6월25일(한국전쟁 발발일)과 7월8일(1994년 김일성 사망일) 둘 중 하나에 걸겠다. 그들은 이날을 기념할 이유가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는 길주 지역에 관측소가 설치됐다고 했는데 무슨 용도로 보나?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거기엔 아마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을 것이고 TV중계장치가 설치될 것이다. 커다란 빨간색 단추가 있고 그것을 김정일이 눌러 핵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연출하려 할지 모른다. 말하자면 정치적 무대인 것이다.”

―과거 금창리처럼 쇼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을 100%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며, 현재 나타나는 모든 징후들은 그 최악 쪽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가 북한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한국과 미국이 대응에서 일치하지 못한다면 한·미 동맹도 큰 곤경에 봉착할 수 있다.”

―6자회담의 나머지 5개국은?

“분명한 원칙은 5개국이 각자 따로 대응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 많은 대응들은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핵실험 이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길 꺼려했다. 그러나 한국이 이제는 북한에 대해 현실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군사적 대응옵션은 가능한가?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누구도 전면전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 국방정보국장은 최근 의회증언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능력을 이론적으로는 갖고 있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다. 핵억지력은 단지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국에 도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그 다음 단계가 핵탄두 미사일임은 논리적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