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주의 증진법안’ 제출과 북핵문제

미국 상.하원에 3일 제출된 `2005년 민주주의 증진법안'(Advance Democracy Act of 2005)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민주적이지 못한 국가들에 주재하는 미국의 대사관이 해당 국가에서 `자유의 섬들'(islands of freedom)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의 미 대사관이 부시 대통령이 올해 취임사와 국정연설에서 천명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외교과제를 수행하는 `거점’이 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 법안은 주로 중동 지역의 비민주적인 국가들을 겨냥해 이 지역의 테러리스트들의 배양을 막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폭정의 잔존기지’로 규정된 북한에게도 일정하게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정의 잔존기지’라고 미국이 딱지를 붙인 것과 관련, 북한이 가뜩이나 알레르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의 제출은 북한을 자극할 소지가 없지 않다.

특히 당면한 최대 과제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중국 정부가 북한에게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설득하고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 참여 조건으로 부시 대통령의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한 사죄 및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측면에서는 지난 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북한 인권법안 제정에 이어, 북한 등 `비민주국가들’을 압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법안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미 의회 제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가급적 그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북한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미국 정부가 한 것도 아니고
상.하 양원의 중진 의원들 몇몇이 제출한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채택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인권법은 법안에 특정국가의 이름을 거명했지만 이 법안은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며 “북한인권법안에 비해서는 그다지 영향이 크지는 않을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법안이 이례적으로 중진 의원들에 의해 미 상.하 양원에 동시에 제출된 것을 보면, 우리 정부의 전망과는 달리 신속하게 진행될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이 법안의 제출에는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조셉 리버맨(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 2명과 톰 랜토스(민주.캘리포니아) 토머스 울프(공화.버지니아) 하원 의원 2명이 각각 참여했다.

매케인 의원은 “북한처럼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들의 자유 수준에 대한 보고서를 낼 것이며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우리 노력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북한은 가장 억압받는 나라들 중 하나이며 그 나라에 침투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활기 넘치는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북한에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에 대한 평양 당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 2일 밤 발표한 외무성 비망록에서 부시 대통령의 `폭정의 종식’ 발언과 북한인권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점으로 미루어 당장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 외무성 비망록에서 “지금 세상사람들은 부시 집단의 자유확대론에 대해 세상을 소란케 하는 역설, 세계를 새로운 전쟁에로 떠미는 독설로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오직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일련의 반미적인 나라들만 꼽으면서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떠들고 있다. 미국은 자기를 이 행성의 주인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조소와 비난을 보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과정에는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지 않겠느냐”며 “최근 들어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한 흐름은나아졌지만, 결실을 맺으려면 조금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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