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이 밝힌 클린턴 방북서 여기자 석방까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부터 억류됐던 두 여기자를 태운 비행기가 순안공항을 이륙할 때까지 20여시간에 불과했지만 그 이면에는 넉달에 걸친 양국 관계자들 사이의 끈질긴 줄다리기 협상 과정이 있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이 4일 미국 고위 당국자의 설명을 토대로 전한 클린턴의 방북 결정에서 석방에 이르는 막후협상의 전모는 이렇다.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여기자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두 여기자가 소속된 미국의 케이블방송 `커런트TV’를 소유한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여기자 가족과 미국 정부 사이에서 연락 역할 등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북한 측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역시 여기자들의 석방에 중재자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오바마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여러차례 브리핑을 받았으며 방북 직전인 지난 1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사는 워싱턴의 자택에서 브리핑을 들었다.

그의 방북이 개인적 차원의 성격만 띤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고어 전 부통령의 경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여기자 석방문제를 상의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당국자들은 밝혔다.

두 여기자의 석방을 위한 전기는 7월 중순 북한 당국이 허용한 여기자들과 가족 간의 전화 통화에서 마련됐다.

이들은 가족과의 통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다면 자신들을 풀어줄 용의가 있다는 북한 측의 의사를 전했다.

가족들은 이를 오바마 행정부에 전달했으며,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 임무를 맡을 용의가 있는지 타진한 것은 지난달 24~25일께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자들의 석방이 가능하다면 기꺼이 이 방문에 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이뤄진 막후 협상의 진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들이 신경을 쓴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미대화하고는 관련이 없는 것이며 또 핵문제하고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으려는 것이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그리고 북한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사적 성격이며 여기자 석방에 초점을 맞추는 인도주의적 차원임을 직접적으로 용인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국자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인접 당사국 관계자들을 만나 이번 방북의 성격이 인도주의적 성격에 국한된 것임을 미리 알리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이 핵문제하고는 관련이 없는 것이며 또 여기자들의 행위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행들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15분가량 만났으며 이후 2시간 가량 이어진 만찬에 참석했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