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핑퐁게임’…BDA 장기화 조짐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미국과 중국간 ‘핑퐁게임’ 양상 속에 해결의 끝을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BDA 문제의 ‘뿌리’를 놓고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한 BDA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마카오와 중국 당국에 BDA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BDA에 대한 조사.제재를 결정한 미국이 ‘원죄’를 안고 있다며 미측 요구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 미.중 핑퐁게임 =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달 28일 “BDA문제의 뿌리를 해결해야 하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은 바로 이 ‘뿌리’를 해결하는 문제를 놓고 서로 ‘네가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BDA 송금 문제의 뿌리는 BDA에 대한 자국의 제재를 야기한 BDA 경영진의 잘못에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BDA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된데 대한 책임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방조한 BDA 경영진에 있다는 얘기다.

BDA와 그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마카오 금융 당국, 더 나아가 마카오를 자국 영토로 둔 중국 정부가 BDA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물리고 경영진 교체를 통해 BDA에 대한 돈세탁 은행 지정을 철회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라는 것이 미측의 요구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한달 가까이 BDA 송금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 은행인 ‘와코비아’를 중개기지로 활용, 북한 자금을 송금하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1일 현재 이 방안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하면서 자국 내 은행과 BDA간 거래를 금지한 지난 3월 재무부 조치를 유지한 채 예외적으로 와코비아의 송금중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BDA에 대한 지정을 철회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미국은 지난 달 30~31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 쪽 테이블로 볼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자국 은행을 통해 북한 자금을 송금하려면 BDA에 대한 제재조치를 철회하는 수 외에는 별 대안이 없으니 그 길을 중국이 열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BDA의 경영진이 교체되면 최종 지정이 재고될 수 있는 만큼 경영진 교체를 위해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이 BDA 해결을 믿고 2.13 합의 이행에 나서도록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중국은행(BOC)을 통한 BDA자금 송금을 가능토록 하는 등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까지 이 같은 미국의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BDA문제의 뿌리는 2005년 시작된 미 재무부의 BDA 조사와 그에 따른 돈세탁은행 지정에 있다는 입장이라는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더러 해결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결자해지를 해야한다’는게 중국의 기본 입장이라는 얘기다.

또 BDA 회장인 스탠리 아우씨가 중국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직함을 가진 ‘거물’인데다 BDA에 대한 지정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을 내는 등 경영권 사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중국이 미측 희망사항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현실적인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지난 3월말 시작된 BDA송금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들이 번번이 좌절된 상황에서 계속 공을 미국에 넘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상존한다.

◇ ‘인내의 한계’ 논란 = 일각에서는 BDA 문제 장기화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달 31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4월말 미.일 정상회담에서 BDA 문제에 대해 “미국이 실수했다”는 언급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BDA 문제 장기화에 따른 미측의 실망감이 대북 협상 회의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봐야 한다고 일각에서는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달 30일 한 심포지엄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이뤄져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 관계정상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CVID가 미국의 공식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CVID란 표현이 한동안 미 당국자들의 발언에서 사라졌었고 CVID가 이뤄져야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언급 역시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원칙론적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북측은 ‘CVID는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고 미측은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외교해법이 힘을 얻고 있는 동안 이 표현을 좀처럼 쓰지 않았다.

때문에 BDA문제가 장기화하고 BDA 해결을 믿고 2.13 합의 이행과 관련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라는 미측의 요구를 북측이 거부한데 대한 미측의 실망감이 CVID라는 ‘원칙론’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인내심의 한계를 거론할 때는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미측 당국자들이 BDA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BDA 해결시 2.13 합의를 이행한다는 북한의 의지가 변함없고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당장 정책 노선의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에 외교가의 이목이 다시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체 해결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한 BDA 자금 중개를 검토했던 한국이 ‘총대’를 메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 중국 등의 요청이 있고 북한도 수출입은행 카드를 수용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본격 검토에 나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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