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한반도 유사’ 기정사실화 군사공조 강화

미.일이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코드명 ’5055 개념계획’를 ’공동작전계획’으로 구체화하려는 것은 북핵실험 이후 조성된 긴장국면을 활용해 양국의 군사공조를 더욱 굳건히하는 동시에 일본의 재무장을 진전시키려는 속셈을 깔고있다는 지적이다.

’5055 개념계획’은 한반도 유사시 ▲ 민간인 소거 ▲ 일본 민간 공항.항만의 제공 ▲테러대책.중요시설 경비 ▲부상한 미군 병사의 치료 ▲미사일 방어의 공동대처 등의 협력방침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실천사항은 담고 있지 않다. ’5055 개념계획’을 진전시키는 ’공동작전계획’은 추상적인 협력방침을 구체화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붕괴’라는 한반도 유사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 난민 대비책과 한국에 체류하는 미.일 민간인의 소거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길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인의 소거에는 한국과의 조정도 불가피하나 한국측과 한반도 유사시를 전제로 한 협의는 곤란하다는 견해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지난 1997년 9월 ’미.일 방위협력 지침’(가이드라인) 작성 이래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의 소거 계획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공항과 항만 시설의 제공 방식이나 미군의 수송지원을 둘러싼 이견, 소거계획이 자칫 남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크게 진전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이 터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는 등 일본 주변에서 안보 긴장국면이 조성되자 양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난해 12월부터 ’5055 개념계획’의 개정에 뛰어들었고 소거 계획을 그 중심에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한국에 주재.체재하는 일본인은 3만명, 미국인은 8만5천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군사적 긴장 전에 가급적 많은 양국인을 항공기로 일본으로 철수시키고 ▲ 서울 등지에 남은 민간인은 미군 수송기로 일본에 옮기거나 육로를 통해 부산 등지에 이송한 뒤 미군 전함 등으로 일본으로 수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 일본 내각부 산하 위원회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서 10만-15만명 규모의 난민이 일본으로 유입될 것으로 관측, 이러한 관측이 ’공동작전계획’의 대비책 작성의 주요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이 급거 ’공동작전계획’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한반도 긴장국면을 활용해 양국의 군사공조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최대목표라는 분석이다. 특히 주일미군 기지를 미국의 극동 사령탑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핵심인 미사일방어(MD)를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의 견제를 비켜가며 일거에 진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일은 자위대가 오는 3월부터 10년에 걸쳐 지대공유도탄 PAC3 16기, 해상배치형 미사일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 4척을, 주일미군이 올 여름까지 SM3 탑재 이지스함 5척을 각각 일본과 주변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미국측은 일본에 30여곳의 민간 공항과 항만을 주일미군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측으로서도 한반도 유사시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아베 정권’의 공약인 평화헌법의 개정과 재무장을 위한 여론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시 제기되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도 긴장국면을 일반화함으로써 잠재울 수 있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초부터 ’공동작전계획’ 수립과 관련한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것은 군사력 보유와 교전을 금한 평화주의의 수정을 골자로 한 개헌을 정권공약으로 내건 ’아베 정권’이 한반도 위기국면을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등 정권운영에 본격 활용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회견에서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역할을 늘리는 방향으로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온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도 이번 공동작전계획의 배경”이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일본 평화헌법이 전쟁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공동작전계획이 일본에서 법적인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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