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망명 인사들을 통해 북한과 미얀마 간 군사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됐다는 소식이 보도된 데 이어 양국간 핵무기 개발 협력에 대한 구체적 증언이 나와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의 핵확산 문제가 국제사회의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양국의 핵 협력 주장은 동아시아 안보에 주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일 미얀마 군사정권이 북한의 도움으로 앞으로 5년 내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하고 비밀리에 동굴을 뚫어 원자로와 플루토늄 추출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얀마 망명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나웅 라잉 산악지대의 지하에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이 시설은 러시아에 의해 설치된 민간 연구용 원자로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망명자 중 1명은 군내 핵개발 관련 부대에 몸담았던 전직 장교로 2년 간 러시아 유학을 다녀왔고, 다른 1명은 러시아와 북한의 계약에 관여해 온 정부산하 기관의 고위 관계자로 이들의 증언이 호주 정보당국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의 증언은 호주국립대(ANU) 전략문제 연구학자 데스몬드 볼 교수와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 호주인 언론인 필 소튼이 지난 2년 동안 태국에서 2명의 미얀마 망명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볼 교수는 “현 단계에서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2명의 망명가들이 서로 만난 적도, 상대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지만 이들의 증언은 일치했다는 점”이라며 증언의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북-미얀마간 핵개발 협력 추진은 과거 북한이 시리아에 원전 건설을 비밀리에 추진한 전력이 있고 미얀마가 북한의 주요 무기수출 대상국이란 점에서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미얀마 간 핵 협력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미얀마 지도부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을 본받아 고립을 피해야 한다”며 미얀마 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티머시 키팅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같은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과 미얀마 간 핵 협력에 대해 과도하지 않은 수준(moderately)에서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미얀마가 북한의 상품이나 지원을 받는다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얀마 간 비밀 군사거래도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달 초 밝혀진 북한과 미얀마 간 군사협력 기밀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얀마의 고위급 군 대표단은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비밀 지하 벙커, 해군 방어통제센터, AA 무기류와 로켓 제조 공장, 스커드 미사일 제조 공장을 시찰했다.
기밀문서에는 미얀마 군부의 방문 목적에 대해 “미얀마 군사를 현대화와 군사력 증강”이라고 밝혔고, 특히 ‘양해 각서 평가서’라는 부문에서는 북한방문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북-미얀마간 군사협력을 예의주시했던 미국은 지난 6월말 대량살상무기(WMD)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받던 강남1호를 추적, 미얀마에 입항하지 못하게 막아 북으로 회항시킨 바 있다.
당시 강남1호는 스커드급 미사일을 싣고 있었고, 미얀마의 핵프로그램과 관련됐을 모종의 부품이 이동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의심받았다. 최근 미국은 북-미얀마간 핵 핵력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북한과 미얀마를 동시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미얀마에 핵 시설 및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면 이는 핵확산 활동으로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얀마의 핵개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동북아시아 각국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 문제가 중국의 태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티티난 퐁수드히락 태국 안보국제관계연구소장은 “(북한의 핵개발 지원)주장은 초기 제보 단계인 만큼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지역 안보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미얀마가 빈곤 국가일 뿐 아니라 불량 국가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