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들아…”

“미안하다. 혼자만 살겠다고 내려와서…”

백발의 조종식(90) 할아버지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아들인 철준(57)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24일 오후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열린 제2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 조 할아버지는 50여 년 만에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아들에게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들은 곧 바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버님’하고 부르며 “왜 저를 못 알아보십니까. 절 받으십시오”라고 큰 절부터 올렸다.

철준씨는 “아버님 건강하신 모습 보니까 반갑습니다”라며 큰 아버지 아들인 내준(53)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철준씨는 아버지가 월남해 남한에서 결혼한 새 어머니를 가리키며 “아버지 옆에 앉아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라고 묻자 아버지는 “서울 와서 혼자 살 수 없어 새로 장가를 갔다”며 겸연쩍어 했다.

아들은 이내 “아버지 잘 모셔줘서 고맙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라며 남한의 이복동생 조휘준(40)씨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아버지 없어서 고생 많이 했어요. 어머니도 고생 많이 했지요”라고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면서도 “작은 어머니 절받으세요”라고 예의를 갖췄다.

조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또다시 하면서 북측의 아내가 언제 세상을 떴는지 물었다.

아들이 “어머니는 고생하시다 98년도에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회한에 잠겼다.

서울의 새어머니는 상봉 내내 침묵을 지키며 반세기만의 부자(父子) 간 상봉을 지켜봤고, 이복동생도 북측의 형이 말하는 내용을 확인해서 아버지에게 전달해줄 뿐 말을 아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