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사태와 미국의 북한 불신

이른바 제2차 북한 미사일 사태를 보면서 미국 강경파들의 철저한 ‘북한 불신(不信)’ 정서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1976년 세계를 경악시킨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의 그림자가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에게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내 매파의 핵심인물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30년전 북한 경비병들이 도끼로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할 당시에도 국방장관이었다.

그런 그가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 지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북한과의 협상을 기본 외교노선으로 삼았던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체결됐던 ’제네바 합의’가 이른바 강경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득세해온 부시 행정부에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도 뿌리 깊은 북한 불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많다.

미사일을 앞세우고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요구하는 북한을 철저히 외면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소식통은 “부시 정권이 북미 양자협상을 금기시하는 것은 클린턴 정권 시절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 등 매파들은 그동안 북한이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고 핵 개발을 재개하는 등 양자합의를 저버렸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의 북·미간 직접 협상을 버리고 대신 다자협상인 북핵 6자회담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도 양자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악의 축’과는 절대로 직접 협상으로 대가나 보상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가 북한을 철저하게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북한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그토록 북한과 양자협상을 거부하는 부시 행정부가 최근 또다른 악의 축인 이란과는 협상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이라크전과 이란 핵 무장 방지 등 중동 문제에 총력을 집중, 북한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분석과 함께 ‘부시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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