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유예…北입장 뭔가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에 대해 ’9.19공동성명’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잇달아 경고메시지를 내보내면서 9.19 공동성명 2조의 “북한과 일본은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했던 과거와 현안사항의 해결을 기초로 하여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는 내용과 4조의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했다”는 대목으로 북한의 공동성명 파기책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가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양국간 회담이 이뤄지는 기간에는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미국과는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1999년 9월24일 외무성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선언을 내놓았으며 당시 유엔총회에 참석 중이던 백남순 외무상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북.미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이 회담 기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의 전제조건으로 북.미회담을 명시했다.

이어 200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럽연합(EU) 의장국 자격으로 방북한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발사유예가 2003년까지 지속될 것임을 밝히면서 유예기간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이 2003년을 시점으로 못박은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회담이 열린 2001년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취임 첫 해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켜봐가면서 미사일 발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어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평양선언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2003년 이후에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1999년 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 이후 준수쪽에 무게를 실어오던 북한의 입장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부터.

작년 3월 북한 외무성은 비망록을 통해 “우리는 이전 미 행정부 시기인 1999년 9월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 미사일 발사 임시중단 조치’를 발표했으나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조.미 사이의 대화는 전면 차단됐다”며 “따라서 우리는 미사일 발사보류에서도 현재 그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북.미간 대화가 열리는 상황에서는 미사일 발사유예 선언을 지키겠지만 그렇지 않은 국면에서 선언은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과 합의에 대해서도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회담에서 송일호 외무성 북.일회담 담 당대사는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 강력한 물리적 반응으로 응수할 것”이라고 말했고 ’물리적 반응’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동안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종합할 때 북한은 현재의 정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참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작년 11월 이후 불참을 고집하고 있다.

회담이라는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미국이 위조지폐를 내세워 북한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면서 금융제재를 하고 있는 만큼 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도수를 더욱더 높여나간다면 우리는 자기의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결국 북.미간 대화채널은 단절상태를 이어가게 된 셈이어서 북한이 만약 시험발사를 단행한다면 이같은 주장으로 책임론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미사일 문제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공동성명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다자간 합의인 만큼 어느 한 나라의 주장만으로 종이조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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