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어떻게 결정됐나

북한이 내부적으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수순을 밟았을까.

북한은 김정일 일인지배체제 하에서도 나름대로 정책결정 과정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남한 등과 마찬가지로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최고지도자가 결정을 내리는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기관의 정책 작성자들이 사안을 놓고 협의를 해 합의를 이끌어낸 뒤 합의문건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해 비준을 받는 방식이다.

물론 협의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탈북 외교관들에 따르면 1992년 유엔 화학무기조약 가입문제 협의과정에서 외무성은 가입을, 인민무력부는 가입 불가를 주장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원칙상 합의되지 못한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될 수 없으나 당시 인민무력부가 김 위원장에게 외무성의 주장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먼저 제출하면서 외무성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발사 최종 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인민무력부와 외무성 등이 실익을 따지면서 협의한 끝에 김 위원장에게 발사 결정을 권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북강경 정책으로 인해 그동안 협상을 주도해온 외무성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합의단계 자체에서 외무성은 애당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군부 강경세력이 주도권을 잡아 미사일 발사라는 결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이 군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은 군부의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군부와 같은 입장과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관계 기관이나 측근들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어느 누구도 감히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우경보다 좌경이 낫다’는 북한 지배층 내의 분위기도 이번 결정에 한몫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론 등 신중한 대응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비춰질 수도 있는 반면 미국의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 선명성을 인정받으면서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하는데 걸림돌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처럼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사안에 대해서는 통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손익계산을 따지면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수령을 정점으로 하는 유일지배체제 하에서 정책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직접 어떤 사안에 대해 지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위원장의 지시가 법 위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그의 지시는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진다.

김 위원장이 최종 결심을 굳힌 상황에서는 관련 기관이나 측근들도 ’목숨을 내놓겠다’는 각오 없이는 미사일 발사가 가져올 정치·경제적 손실에 대해 이견을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