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시 대북정책 윤곽드러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우리 정부가 취할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21일 한나라당 현안보고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암시된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고위 당국자로부터 직접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이 장관은 이날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면 현재 진행 중인 개성공단 사업 같은 경우는 몰라도 (신규) 추가 지원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쌀이나 비료를 (무상으로)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1차적으로 쌀과 비료 지원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는 무상으로, 쌀은 차관형식으로 지원해 왔다.

올해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비료는 총 35만t으로, 지난 4월 초까지 15만t을 지원했고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된 20만t은 7월 초까지 지원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미 주기로 한 물량의 지원은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한 비료 10만t의 추가 지원 문제는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백지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쌀 역시 올해 북측이 50만t을 요구하고 있고 역시 19차 장관급회담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이 장관이 “(미사일 발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데 비춰 발사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료와 식량은 그동안에도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남북관계를 이어가는 ’고리’로 활용돼 왔다.

2004년 7월 제10차 남북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 이후 10개월간 중단됐던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작년 5월 차관급회담으로 재개된 것도 남측이 비료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북측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정부는 북한 미사일 사태가 대북 지원 중단까지 치닫는 상황으로 비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연에 막아보자는 예방책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발사가 감행되면 지금보다 훨씬 강경해질 미국, 일본의 태도와 보조를 맞추고 ’미사일을 쏘는 북한에게 무슨 지원이냐’는 국내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제재 방안의 일환으로 추가 지원이 중단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측의 식량 소요량은 연 650만t 정도로, 자체 생산량이 450만t이고 나머지는 우리와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보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분으로 인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생존과 직결되는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면 상황에 따라 북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서다.

정부는 반면 남북화합의 상징이자 경제적·안보적 가치가 뛰어난 개성공단사업이나 금강산관광사업은 미사일 발사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도 “미사일이 발사되더라도 일반적인 남북간 동력은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의 전면적 중단은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에 따른 쌀과 비료 지원 중단이 북한의 반발로 이어지는 등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 이 같은 민간 협력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쌀과 비료 지원 중단과 함께 “제한적이지만 분명한 대북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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