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기술 전문가 “ICBM 까진 갈길 멀다”

북한이 지구 궤도 진입을 장담했던 로켓발사에 실패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능력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애초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에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시험장에서 650㎞ 떨어진 동해상에 1단계 로켓이, 3600㎞ 떨어진 북태평양에 2단계 로켓이 각각 낙하할 것이라고 통보했었다. 북한이 발사와 관련한 정보를 이례적으로 사전 공개하자 국제사회는 북한이 로켓기술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북한 1단 로켓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시험장에서 500㎞떨어진 지점에 떨어졌고 2,3단 로켓은 일본 동쪽에서 2천100㎞ 이상 떨어진 지점, 발사장으로부터는 3천100㎞ 거리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돼, 북한이 사전 통보했던 지점보다 150㎞, 400㎞ 못 미쳤다.

3단 로켓과 본체가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태평양에 추락한 것이다. 결국 5천500㎞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ICBM 기술 보유를 완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3단 로켓이 제대로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발사한 로켓 탑재체의 무게가 30㎏ 안팎이었다는 점에서 탄두 무게가 500~1천㎏에 달하는 ICBM으로 전용할 경우 그 사거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ICBM 기술의 한계를 엿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수준이 현재 실전배치 중인 사거리 3천㎞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IRBM)과 유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거리 미사일(MRBM)은 사거리가 800~2천399㎞, IRBM은 2천400~5천499㎞다.

일각에서는 2, 3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추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탄도미사일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다단로켓 분리기술에 결함도 있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윤영빈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북한이 로켓발사 전 국제해사기구에 낙하지점을 통보했음에도 결과적으로 1,2단 로켓이 못 미쳤고, 궤도진입에도 실패했다”면서 “1998년 ‘대포동1호’ 발사 때보다 사거리는 늘었지만 탄도미사일(ICBM)으로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북한이 1,2단 로켓의 낙하지점을 사전 통보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1,2단 로켓의 엔진 추력을 추정했다는 것인데 결국 못 미쳤다”며 “이는 운송수단으로서 엔진자체의 추력 결함과 단(1,2,3단)분리의 기계적 결함을 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북한이 충분한 실험도 거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일단 쏘고 보자’는 식으로 발사를 강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스펀드의 조 시린시온 회장도 CNN방송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능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까지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린시온 회장은 “(ICBM 능력을 보여주려면) 더 크고 사거리가 긴 미사일 개발과 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을 견뎌낼 수 있는 장비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수년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인공위성’이라고 우기면서 발사를 강행, ICBM 전환 가능성을 보여 주려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다만 2·3단 로켓이 3000㎞ 이상 날아간 만큼 ICBM기술의 잠재력만큼은 어느 정도 입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로켓발사를 통해 일정부분 미사일 사거리 개선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킴으로 소기의 ‘정치외교적 성과’는 도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ICBM 핵심기술은 미진하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는 충분한 위협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관측이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기술적으로 발사체를 지구궤도에 올리는데 실패함으로써 ICBM기술의 미흡함을 드러냈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적, 군사적으로 증강된 장거리 미사일 투발 능력을 과시,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원장은 특히 “로켓 1,2,3단 분리기술을 보임에 따라 사정거리가 향상된 것을 확인시켰다”며 “사거리가 늘어났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에 있어서는 중대한 안보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에 따라 한국은 PSI에 가입해야 하고, 미사일 능력을 제고해야 하고, 한·미간 협의를 통해 남북한 미사일 격차의 공백을 메우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위성과 ICBM은 로켓의 3단계인 발사 상승단계-궤도 비행단계-지구 대기권 재진입단계 중 1, 2단계를 공유한다. 미사일은 재진입 기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이 ICBM 수준의 미사일로 무기화되려면 탄두의 설계 및 장착 기술,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시 마찰열 감소를 위한 삭마제 설계 기술 등이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 또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정밀한 유도제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