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침’ 개정문제 부각하나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능력을 확장하는데 족쇄가 되는 한.미 미사일지침의 개정 문제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지난 5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문제에 대한 검토작업을 조만간 끝낼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개념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김 장관은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를 언제까지 검토할 것이냐’라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대해 “멀지 않은 시기”에 검토를 끝낼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다만 “(지침을 개정하려면) 굉장히 많은 사안을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미사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역의 조건 등 많은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면서 “외교안보 차원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사일지침의 개정 필요성은 이번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뿐 아니라 작년 4월 열린 국회에서도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사거리 300㎞ 이상은 넘지 못한다는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우리의 미사일 주권이) 제약받는 게 옳은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전 총리는 “국방장관회담에서 심각하게 생각할 시점이 됐다”라고 재검토를 위한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국회를 비롯한 정부 내에서도 미사일지침의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상 한국과 미국의 국방 및 외교당국에서 마냥 모른 척 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2개월마다 열리는 한미안보정책구상(SPI)회의와 6월로 예정된 양국 외교.국방장관 4명이 참석하는 ‘2+2회담’에서 논의된 뒤 10월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제4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의 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사일지침은 2001년 1월 정부가 미국과 협의한 끝에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일종의 ‘미사일 정책선언’을 말한다.


1979년의 한.미간 협의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사거리 180㎞ 이상의 미사일은 독자 개발할 수 없었으나 1995년 이후 20여 차례의 협상 끝에 사거리를 300㎞로 늘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협상에서 ‘사거리 500㎞ 이내’를 요구했지만 미측은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 촉발을 우려해 ‘300㎞ 이내’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미측의 의도대로 타결됐다.


이런 합의에 따라 300㎞ 이상의 군사용 미사일 개발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고 실제로는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제품 개발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300㎞ 이상의 미사일은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무기개발 및 핵심 무기체계 연구기관인 ADD가 미사일 사거리를 30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한 ‘개념연구’만을 진행 중인 것도 이런 합의 때문이다. 김 장관도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개념연구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탄두 중량을 500㎏에서 200㎏으로 줄이면 북한 전역을 타격권에 두는 400~500㎞까지로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DD에서도 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늘리는 ‘트레이드업’ 방식 등 다양한 방안으로 개념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와 달리 북한은 대전까지 도달하는 300㎞의 스커드-B(탄두 중량 1천㎏)와 부산까지 타격할 수 있는 500㎞의 스커드-C(탄두 중량 770㎏) 등을 500~600기를 실전 배치해놓고 있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사거리 1천500km에 이르는 지대지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군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크루즈미사일은 탄두중량이 500kg만 넘지 않으면 사거리를 제한받지 않고 개발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는 새롭게 제기되는 것이 아니고 과거부터 있어 왔다”면서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미국과 협의한 적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도 한국에서 제기되는 미사일지침 개정여론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 제기할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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