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기류’ 강경에서 대화로 선회하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잘 음미해야 한다.”

이른바 제2차 미사일 위기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6일 북한을 향해 ’의도를 밝히고 발사 장치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 지 세계에 알려라’고 언급하자 27일 외교가는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분주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여러 면에서 곱씹을 만한 대목이 많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지적한다.

우선 ’발사 장치 꼭대기’를 언급한 것은 이른바 ’미사일인지, 위성인지’ 실체가 분명치 않다는 한국 정부 일각의 시각과 상당히 비슷한 맥락이다.

마치 한국 당국자들의 꾸준한 문제제기에 미국 대통령까지 동의한 듯한 모양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유럽연합(EU)-미국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핵탄두 보유를 선언한 불투명한 정권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다시 말해 직설적으로 미사일, 그것도 미국 대륙을 사정에 둘 수 있는 대포동 2호라고 규정했던 태도가 불과 5일만에 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북한으로부터 (그들의 의도를)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살짝 비틀어보면 ’북한의 의도를 설명하는 자리라면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북한이 중국이 보낸 메시지에 귀기울이기를 희망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이 언급을 “미국이 이번 사태를 외교적 협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화를 통해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 정가의 움직임은 지난 주말부터 확연해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선제공격론’을 제기하자 이른바 강경파의 대표인물인 딕 체니 부통령이 나서 일축하는 가하면 공화당 소속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 등이 가세해 북미간 직접 대화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따라서 북한이 ’발사체’의 성격과 이를 발사하려는 자신들의 의도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알리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상황은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북한은 이번 발사체가 미사일(대포동 2호)이 아닌 위성(광명성 2호)라고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수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북한과 미국은 이미 1999년 미사일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위성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이를 지원하는 여러 방안에 대해 합의하기도 했다.

따라서 비록 북핵 문제와 연동돼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이지만 북한이 위성임을 확실하게 알리고 이를 미국이 확인한다면 ’미사일 위기’가 갑자기 ’북미간 위성 발사 협조’로 연결되는 ’희극적인 상황’도 상상할 수 있는 국면이다.

문제는 북한의 의중이다.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종종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 지도부가 미리 정해놓은 자체 시간표에 따라 행동할 경우 ‘미국의 변화’나 한국과 중국의 ’자제촉구와 설득’도 허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연착륙을 가장 바라는 정부 당국자들이 노심초사하는 대목이 바로 이 점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끝내 미사일(또는 미사일 추정물체)을 발사한다면 국제사회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내게 되며 이는 북한을 향한 강경 제재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폐쇄적인 북한 지도부를 향해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창구가 제한돼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에 북한이 호응할 것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만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부시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부 수뇌부는 최근의 협상론을 한순간에 일축하고 북한에 대해 유엔 안보리 비난결의안 채택은 물론 경제적 제재, 해상 봉쇄 등 다양하고도 철저한 제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해 대북 제재를 가한다면 ’기본적인 남북교류를 유지하려는’ 한국 정부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측이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의 개성방문을 수용한 것을 보면 미사일 국면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여전히 북한의 의중은 불투명하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가급적 대화의 모멘텀을 찾아 6자회담으로 연결하는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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