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축구경기가 벌어지면 한국 국민들은 어느 쪽을 응원할까?”라는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8일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이날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가 주최한 ‘의식·체제·사람의 통합을 위하여’라는 제하의 학술심포지움에서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인의 통일의식과 태도의 장기적 변화분석:1990-2007’을 통해 한국인의 통일의식을 재조명하면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은기수 교수가 공개한 ‘미·북 축구대결이 벌어지면 어떤 팀을 응원하겠는가’ 라는 설문 결과에 따르면 1986년에는 단 21.3% 한국인만이 북한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70.1%가 북한을 응원하겠다고 답해, 과거와 현재, 한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은 교수는 “1986년은 ‘북한’이 아닌 ‘북괴’라고 표현하던 시기였으며 남북이 냉전 상태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민 대다수가 북한이 아닌 미국을 응원한다고 응답했었다”면서 “또한 당시 국민들은 전두환 정권하에서 예민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87년 6·29 선언 이후 북한을 응원하겠다고 한 비율이 55.1%로 급격하게 상승했다”면서 “국민의 의식이나 태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늘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국민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 교수는 이와 함께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변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이 결과에 따르면 1993년 국민들의 50.8%가 북한을 구호대상으로 여겼지만 2009년에는14.3%만이 북한을 도와야한다는 응답을 했다. 또한 1994년 7.1%의 국민들만이 북한을 적대대상으로 여겼지만 2010년에는 12%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최근 북한이 자행한 일련의 무력도발로 국민들의 대북 여론이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핵실험 등 한국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국민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국민들의 응답은 2000년대 들어 큰 변화는 없었다. 햇볕정책이 성행하던 시기, ‘북한은 협력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은 교수는 “북한에 대한 인식은 남북관계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파트너로서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