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평양방문을 앞두고 한미간 의견조율을 위해 6일 오후 방한했다.
미국 대표단은 보즈워스 대표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김 대북 특사, 러셀 NSC 아태담당 보좌관, 데릭 미첼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8일부터 10일까지 방북하는 미국 대표단은 이날 4시 오후 런던발 대한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 일체의 언론 접촉없이 곧바로 시내 숙소로 이동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보즈워스 대표가 6일 ‘기내 대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정 대표와 한국을 거쳐 평양을 찾는 보즈워스 대표가 런던발 대한항공편 기내에서 우연히 조우한 것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알겠느냐”며 가급적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방북 기간 미국 측이 어떤 안을 내놓기보다는 북한이 무슨 얘기를 할지 우선 경청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는 7일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청와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과 연달아 면담을 가질 계획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미국 대표단의 방북에 앞서 공개 기자회견등 언론과의 접촉은 계획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평양 접촉을 두고 우리 쪽 외교라인과 사전조율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은 8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특별전용기를 이용해 평양으로 이동, 2박 3일간 일정 동안 북한 고위급 관계자를 만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9.19공동 성명 이행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의 카운트 파트너는 북한 외교라인의 총 책임자격인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이지만, 김정일과의 만남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번 보즈워스 일행의 방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미국은 보즈워스의 이번 방북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제한적인 양자대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비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의 ‘선(先) 6자회담 복귀, 9.19공동성 명 이행’이란 원칙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를 계속하면서 지속적인 미북 양자회담을 고집할 것으로 보여 타협의 실마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는 주한미군 철수 및 미북간 핵군축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는 점도 이번 미북접촉의 성과를 비관적으로 예상케 하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포괄적 패키지’를 풀어놓거나, 이에 호응한 김정일이 전격 등장해 ‘통큰 양보’를 선언하는 등의 파격행보를 점치기도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보즈워스 대표의 격(格)이 북측에 ‘깜짝 선물’을 제안하기 힘든 ‘대통령 특사’일 뿐이며, 현재 미북대화의 단계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전달’과 같은 이벤트를 벌일 만큼 무르익은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크 토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4일 ‘보즈워스 대표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할 가능성’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보즈워스 일행의 방북에 대해 별다른 기대감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상황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즈워스 대표 스스로도 3일 영국 런던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첫번째 방북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북한이 남은 카드가 ‘추가제재 VS 3차 핵실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대화 모멘텀’까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방북했던 중국의 당,정,군 고위급들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재촉했을 것이라는 점과 이번 보즈워스 일행의 방북이 미북간 뉴욕채널을 통해 사전에 합의 된 것이라는 점을 들어 향후 미북간 대화 ‘여지’는 남길 것이라는 뜻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평양 일정을 마친 뒤 10일 오전 다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서울로 돌아와, 11일 중국 베이징, 12일 일본 도쿄, 12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6자 참가국들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