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대화로 북한 도발 막을 수 있다는 착각

김정일 사망 직전 언론은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비밀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북한이 24만 톤 식량원조에 대한 대가로 미국과 남한이 제시한 전제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한과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북한이 다자간 핵 협상에 응하기 위한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동결, IAEA 조사단의 복귀 허용, 핵 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등을 약속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조건부 항복을 의미하는, 언론에 보도된 합의내용이 기본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출처에 따르면 이 합의내용은 공개적으로 주장된 것처럼 포괄적이지도, 이에 근접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자국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대가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해제시키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런 북한의 주장을 부인했다.
 
작년 12월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북회담은 전략적 차원에서 양국 간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식량원조의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존 합의 이행에 대한 구두 약속뿐이다. 또한 6자회담의 성사여부도 장담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오바마 정부는 작년 12월 미북회담이 성사되었더라면 북한과의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 권력승계 문제와 애도기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한편, 금주에 개최되는 미북 회담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체제가 미국과의 외교를 최소한 등한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번 베이징 회담은 김정은 체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전 정권과 비교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모색의 장이 될 것이다.


북한 새 정권의 대화의지를 탐색해보는 만남을 앞두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는 사실 북한과의 관계가 더 깊이 진행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 이유는 이러한 만남이 6자회담 등 구체적인 비핵화 대화로 이어질 확률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유순한 태도가 대선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야기할 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오바마 정부가 대화를 북한의 도발 방지 수단으로 여긴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역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과의 대화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자국의 목적을 위해 도발을 감행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만이 양면전술에 능한 북한을 저지시킬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은 자국이 핵 보유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말과 행동으로써 자국의 확고한 의사를 드러내왔다. 북한이 10년간 추구해온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자국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그 어떤 경제적·안보적·외교적 보상과 대가에도 핵 개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북한은 끝내 협정이 맺어졌을 때조차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미 정보당국의 분석(결과적으로 옳았음이 판명되었다)을 비방한 서방 전문가들의 지지 속에서 자신들의 거짓을 공개적으로 부인해 왔다.
 
더욱이 북한의 핵 실험 성공과 우라늄 원심분리기 개발은 북한이 핵을 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미국과 한·일 동맹국은 과거 수차례 협정을 위반한 북한의 만행으로부터 향후 어떠한 느슨한 형태의 협정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깨달아야 한다. 대신, 미국은 보다 세부적이고 치밀하게 각 국가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협정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은폐되기 쉬운 농축 우라늄 시설에 대해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감시 방안을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문제에 있어 김정일 사후 북한의 비난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남북회담이 미북회담 보다 먼저 성사될 수 있도록 남북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주도권을 보장해야만 한다.
 
북한은 곧 다가올 대한민국 선거에서 한국 진보세력의 정치적 승리가 자국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자칫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현 정권과 보수 세력들의 외교적 노력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