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리셋’ 향한 디딤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재설정(Reset)’을 위한 든든한 초석을 깔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초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리셋 버튼’이 달린 기념품을 선물한 데 이어 미.러 정상이 직접 만나 재설정 버튼을 누른 셈이다.

양국은 전임 정권인 조지 부시 행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 시절에 반복과 견제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양국의 정권교체 이후 본격적인 해빙무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양국이 이처럼 소원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서로에게 가깝게 다가서려는데는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취임 후 모스크바를 첫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최대 외교현안인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 이란 핵 프로그램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조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경우에는 주요 안보 및 경제 현안에서 미국의 양보와 협조를 얻어내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예정됐던 1시간을 넘겨 진행된 두 정상의 회담 결과는 고무적이다.

두 정상은 전 세계적 관심을 끌어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의 초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고,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와 안보 확립에 원동력이 될 아프간 군사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또 북한과 이란의 핵위협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천명하면서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아프간 내 테러와 마약 밀매 척결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 간 경제·과학 공동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내년에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기로 했고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중에서도 협상 개시 불과 3개월여 만에 START-1 후속 협정 초안을 만들어 양국 정상이 양해 각서에 서명한 것은 양국 간 신뢰 구축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또 아프간 보급로 확보에 애를 먹었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러시아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한 군사물자 및 병력 수송을 위해 자국 영공을 개방키로 함으로써 한시름 놓게 됐다.

이런 성과를 감안하면 이번 회담은 `친구는 못되더라도 서로 적(敵)은 아니다’라는 것을 두 나라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동유럽 MD 문제와 그루지야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MD 문제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데다, 그루지야에 아직도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이 두가지 문제가 이후 양국 관계 진전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양국 정상이 관계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상대방에 대한 양국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까지는 없애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모스크바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전례에 비춰 자국의 이익에 반하거나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는 발언을 할 경우 양국의 얼굴색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국은 지난 2001년 9.11 사건을 계기로 일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에도 이라크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등 구소련 국가의 민주정부 수립에 개입하면서 러시아와 사이가 벌어진 경험이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