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관계, 다시 경색되나

러시아가 내년 1월20일 공식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겨냥, 돌연 껄끄러운 신호를 보내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오바마 후보의 승리가 전해지기가 무섭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5일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데다 발언 수위도 비교적 높아 벌써부터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행한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 서부 칼리닌그라드에 SS-26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사일 부대 해체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동유럽 MD 체제에 대항해 전파방해 기술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 미국의 공세적인 움직임을 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MD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등 주변의 많은 위협과 도전에 직면에 있다”면서 “군비경쟁에 휩쓸리지는 않겠지만 국가 안보를 확고히 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 했다.

메드베데프의 발언은 특히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가 지난 8년 집권에서 보여준 `대미 강경’ 외교 노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갓 출범하는 오바마 정권에 대한 `기선 제압’ 내지 `사전 경고’의 의미가 짙게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양국이 금융 위기, 테러리즘 등 국제현안에 대해서는 상호 협력하겠지만 MD 계획,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과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과도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 7월과 체코와 레이더 기지 협정을, 8월에는 폴란드 정부와 요격 미사일 건설 협정에 서명했고 이들 두 나라는 현재 의회 비준을 남겨두고 있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MD를 구축하는 것이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의 잠재적인 미사일 위협을 막는 길이라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와 핵 억지력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의 움직임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편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런 내용의 연설을 마친 4시간 뒤 오바마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 전보를 보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축전에서 “양국 관계는 역사적으로 세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이는 당면한 많은 국제, 지역 문제 해결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러시아는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상호 협력이 있기를 확신하며 오바마 당선자와 주요 현안에 대해 대화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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