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수다’ 레슬리 밴필드 “北현실 알려야죠”

▲ 12일 저녁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던 밴필드 씨 ⓒ데일리NK

일요일 아침을 활짝 여는 지구촌 여성들의 토크 쇼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레슬리 밴필드(37. Leslie Benfield) 씨가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사장 유세희, 이하 북민넷)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밴필드 씨는 10여년 간의 한국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 차분하고 예리한 의견들을 내놓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인 못지 않은 한국어 실력과 한국 사회 내 문화적 편견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모습에 벌써 많은 열성팬도 생겼다.

서울시청 교통방송 리포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입학, APEC 장관회의 기획단, 코트라 근무 등 그녀가 한국에서 보낸 10년은 다채로운 경험들로 채워져 있다. 방송 출연 1년 전부터는 북민넷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말에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취미로 수예를 즐기고 김치찌개도 일품으로 끓인다는 밴필드 씨.

직장 생활과 방송 녹화, 교회 봉사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이지만 북민넷의 홍보대사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평소부터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지만, 혼자 힘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좋은 활동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5년 선교를 위해 한국에 온 그녀는 탈북자 지원활동을 펼치던 선교사가 이끄는 외국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 북한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 후 RFA나 자유북한방송 등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북한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다.

북한 식량난 당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 한 장은 그녀가 북한 주민을 계속 기억하며 살게 해준 힘이 되었다. “1997년 쯤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유진벨 재단을 따라 북한에 의료선교를 가신 교회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가실 때 카메라 하나를 몰래 가져가셨던 거죠.”

“나중에 그 분이 오셔서 북한에서 몰래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셨어요. 깡마른 젖가슴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사진 등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고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죠.”

“그때부터 TV 방송도 보고 라디오도 들으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게 됐죠. 또 정말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북한에 직접 들어가 보려고도 했어요.” 당시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 듯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RFA 방송을 통해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하고 피해 당한 북한 사람들이 선교사, 목사님들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북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교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모습

그녀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북한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는 180도 바뀐 것 같아요. 그러나 김 대통령 이후로 오히려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 작아진 것 같네요.”

그녀는 “통일이 염원이라고 항상 말하면서도 정작 관심은 두지 않는 모습을 보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 했습니다.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요. 북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밴필드 씨는 특히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듣기로는 탈북자들이 하나원에서 몇 개월 머물다가 한국 사회에 나온다고 하던데, 그 곳의 교육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고 하더군요. 학교에 다니면서도 다른 애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겠죠.”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탈북자의 한국 정착을 위해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은 북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편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을 잘 몰라서 인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북한 사람이라면 TV에서 희화화하는 모습만 많이 접하게 되잖아요. 진심으로 나와 별 차이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에서 공익광고라도 내보내야 되는거 아닌가요?”

그녀는 내친김에 다른 문화와 인종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국의 배타적인 문화도 꼬집었다.

“한국 사회가 배타적인 것은 알지만 너무 동일한 것만 좋아한 것 같아요. 거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살 수도 있고, 한국인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거죠.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사회에 포용해줬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한국에서의 10년은 좋은 인연들과의 만남으로 기억된다. “물론 좋을 때도 있었고, 안 좋을 때도 있었죠. 그렇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흑진주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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