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라이스-힐’ 對北 무기력 비난 거세

▲ 크리스토퍼 힐 美 국무부 차관보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초기조치를 이행하지 않자 미국 내에서 라이스-힐 대북협상 라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3합의에 대한 평가절하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8일자 사설에서 2.13 이후 60일 이내에 핵 원자로를 폐쇄하기로 합의했지만 84일이 지난 지금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금융상의 이익만 챙기고 의무 이행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북한이 결국은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원자로만 폐쇄하면 뭐든지 줄 수 있다는 것이 행정부 관리들의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도 칼럼을 통해 북한이 참을성 있는 사람을 화나게 할 정도로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럼은 “초기조치 이후 다음 단계는 핵 폐기 및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이지만, 합의에는 불능화나 폐기,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며 합의가 모호함을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과거 합의문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며 시간을 끌거나 모호함을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나온 지적이다. 칼럼은 미국 전 에너지부 자문관 존 울프스탈의 발언을 인용, “우리가 북한에 더 많은 요구를 할수록 그 대가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도 이날 최신호에서 “라이스와 힐은 부시 대통령을 설득, 북한과의 직접대화 금지라는 장벽을 허물고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금융제재 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지만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서 ‘국무부가 부시 행정부 1기에 세운 원칙들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오콘들의 비난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라이스가 이끄는) 국무부는 오로지 지난 2.13 합의가 깨지지 않고 잘 보존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고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지만 내심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박진 의원은 9일 미국의 북핵 처리 목표가 사실상 비핵화에 맞춰져 있다고 방미결과를 발표했다. 박 의원의 발표가 사실에 근접하고 있다면, 이는 일본을 비롯한 북핵 당사국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박 의원은 “미국은 북핵 폐기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이 몇 개의 조잡한 핵무기를 보유하는 수준에서 증산이나 확산을 막으려는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지적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핵 폐기를 진전시키겠다는 라이스-힐 라인이 사실상 북한 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북한에 대한 불신이 큰 미국 정가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와 같은 북한의 불성실한 태도는 미 국무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힐 차관보가 지난 4일 존스홉킨스대학원 주최 한미관계 연설을 통해 “2.13 합의가 연내까지 이행되지 않으면 내가 이 자리에 없을 지도 모른다”고 말해 현재의 북핵구도를 북한이 좌우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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