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앞에서만 북한 인권 걱정하는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미국 하원 의원 6명을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핵·미사일 문제보다) 더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자구(字句)만 따져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지당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 정부가 지난 4년동안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었는가를 되짚어보면, 과연 진정성이 담긴 발언인지 의심스럽다. 


북한 인권개선 분야를 놓고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성적은 낙제에 가깝다.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진보-보수, 좌파-우파로 나뉘어져 있다고는 하나, 정부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주요 정책 분야는 오래전부터 그 방향이 제시되어 왔다.


우선적인 정부 과제로는 ▲정치범 수용소 등 구금시설에서 시급한 인권유린 중단 활동 ▲민간라디오 방송 지원 등 정보자유화 추진 ▲재외 탈북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기아 질병에 대한 인도적 긴급구호 ▲만성화된 경제적 빈곤을 완화시킬 대북 유인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 어떤 분야에서도 제대로 된 활동이 이어지지 않았다. 대통령도 장관도 늘 말뿐이었다. 특히 정부가 직접 나서지도 않으면서 민간을 지원하는 일도 등안시 했다는 점은 이 대통령이 피해갈 수 없는 뼈아픈 지적이다.  


대북 민간 방송사들이 요청해온 AM 주파수 할당은 검토조차 하지 않으면서, 무슨 일인지 미국계 방송에게는 소리소문 없이 주파수를 넘겨줬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한국 방송보다 미국 방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보다. 


재외 탈북자 문제도 그렇다. 그들을 직접 데려올 것이 아니라면, 민간 활동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라도 분산시켜 주는 것이 정부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참여정부 당시 유지되던 ‘스스로 대한민국 영토에 도착한 탈북자’에게만 우리 국민으로 보호해주는 관료적 정책을 여전히 계속해 왔다. 


대북 긴급구호 분야에서도 민간의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5.24 조치에 따라 직접적인 대북지원을 자제해야 할 입장이라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민간단체들의 긴급 지원 활동에서라도 융통성을 발휘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몇가지 핵심적인 사항에서만 문제점이 노정돼 왔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정권을 제대로 압박해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회유책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비핵·개방·3000’으로 시작된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대북인권 개선 분야는 사실상 실종 그자체였던 것이다. 


이번에 미 하원의원단을 이끌고 이 대통령을 예방했던 인물은 로스 레이티넨 하원 외무위원장이다. 그녀는 최근 미 하원에서 북한인권법을 대표 발의하여 이 법안이 5년 더 연장되는 일을 주도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 사람들 앞에서 북한인권 개선의 시급성을 언급하는 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는 격으로 사실상 실언에 가깝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수사(修辭) 몇 개로 남은 임기를 떼우려 해서는 안된다. 역사는 이 대통령의 ‘말'(言)이 아니라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과 정책을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통일항아리론(論)’ 처럼 뜬구름 잡는 식의 허황된 이미지에 대한 미련을 접고, 임기말 주요 국정과제 목록에 북한인권 개선 정책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고, 맞아죽고, 탈북하다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 다 죽어 없어지고 난 후 항아리 안에 쌓여 있을 돈이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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