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탈북자 망명 허용에 신중해야 한다.

미국의 ‘탈북자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6일자 조선일보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의 말을 인용해 탈북자 마영애 씨의 정치적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마영애 씨의 망명 허용에 미 관계당국은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마영애 씨는 한국 정부가 자신의 북한민주화운동을 방해하고 탄압한 것을 정치적 망명의 이유로 꼽았다. 마 씨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북한민주화운동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보다 훨씬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한민주화운동가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가 북한민주화운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으며, 음양으로 활동을 방해하려 하는 것을 우리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부가 과거정권처럼 운동가들을 잡아가두거나 고문하지는 않는다. 마영애 씨의 개인적 공포가 컸을 수도 있지만, 훨씬 심한 방해와 협박에도 꿋꿋이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자랑스런 운동가들이 많다. 심지어는 북한 당국이 죽이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한 사람들도 당당하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마영애 씨의 망명 허용을 검토할 때에는 한국 정부와의 관계도 검토하여야 한다. 우방과의 관계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희생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마영애 씨의 경우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탈북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미국 정부의 탈북자 수용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 이국에 정치적 망명을 해야 할 정도로 한국의 정치적 자유도가 심각히 낙후했다고 미 당국자들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마영애 씨는 분명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의 신변이 위협받는다면 한국 정부에서 지켜줘야 할 일이고, 그의 정치적 자유가 제한 받는다 해도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나서서 한국 정부와 투쟁할 일이지, 미국이 망명의 보호막으로 그를 지켜줄 처지가 아니다.

이 참에 우리는 재미 탈북자들에게도 애정어린 충고의 말을 건넨다.

미국의 탈북난민 수용방침에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획득한 탈북자도 해당되는 줄 알고 한때 탈북자들의 도미(渡美) 행렬이 이어졌다. 한국에서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혹은 진정으로 북한의 실상을 서방에 알리기 위해 건너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개인적 욕망을 좇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아직도 북녘에서 철권통치에 신음하며 쌀밥 한 그릇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인 2천만 동포형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또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길 당부한다. 북한의 어제와 오늘은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해도 ‘지옥’ 그 자체이다. 여기에 왜 굳이 덧붙이려 하며 과장하려 하는가.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진실한 대다수 사람들의 증언이 신뢰를 잃을 것이고, 이것은 고통 받는 북녘 동포형제들의 자유와 해방을 지연시킨 행위로 기록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미국 당국자들은 마영애 씨를 비롯한 남한입국 탈북자들의 망명 허용문제를 신중히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막연한 동정과 인간애에 사로잡혀 그들의 말을 100% 신뢰하거나 주위의 조언과 경고를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백 번의 선행이 단 한번의 실수로 빛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