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개성공단 지원할 의사가 있나요”

극히 이례적으로 12일 이뤄진 주한 외교단의 개성공단 방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인물은 단연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였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의 개성공단 비판으로 한미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개성공단을 방문한 미측 인사들 가운데 최고위급인 버시바우 대사가 공단 현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버시바우 대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동행한 취재진의 이목이 집중됐다.

버시바우 대사는 북측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개성공단 생산현장을 둘러보면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성공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왔다”는 짧은 대답을 했을 뿐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의 굳게 다문 입은 북측 여성 안내원이 그에게 따라 붙어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개성 사리원외국어대 어문학부를 2004년 졸업하고 개성공단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통역 및 브리핑을 담당하고 있는 김효정씨가 버시바우 대사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며 개성공단에 대한 견해를 캐물었던 것.

김씨는 개성공단에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고 있는 ‘태성하타’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접근해 “개성공단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고 먼저 말을 걸었다.

이에 버시바우 대사가 “매우 흥미롭다”라고 대답하자 김씨는 미측에서 (개성공단을)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북측 안내원의 질문으로서는 다소 ‘정치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같은 질문에 버시바우 대사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여기에는 미국 장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이어 보다 민감한 문제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버시바우 대사는 “내 뒤에는 취재진이 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농담섞인 대답과 함께 뒤를 돌아보며 취재진의 눈치를 살폈다.

김씨가 부시 미 행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문제를 얘기한 것인지, 레프코위츠 특사가 비판한 개성공단내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을 질문으로 던진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대신 “영어를 어디서 배웠느냐” 등의 질문으로 화제를 돌렸고 김씨에게 ‘주한 미국대사’라는 명함을 건네주기도 했다.

버시바우 대사와 김씨의 이 같은 대화는 10여분간 이어져 김씨가 의도적으로 버시바우 대사에게 접근, 미국의 개성공단에 대한 의견을 타진하려 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생산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로 직접 북측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찍거나 동료 외교관들에게 자신의 독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개성공단내에 진출한 우리은행 김기홍 지점장에게 “북측 근로자들이 우리은행을 통해 임금을 지급받느냐”며 관심을 표시했고 이에 대해 김 지점장은 “은행은 남측 기업과 거래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앞서 북측 출입사무소(CIQ)에서 입경(入境) 수속을 밟기 직전 일부 취재진에게 자신의 여권에 찍힌 ‘The United States’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그들(북측)이 이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북측 CIQ를 통과한 후 무사히 통과했다는 표시로 두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입경 심사를 한 북측 관계자는 버시바우 대사의 여권을 받은 뒤 “United States?”라는 간단한 질문만 던졌을 뿐 겉으로는 특별한 관심을 두지는 않는 눈치였다.

개성공단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던 버시바우 대사는 남측 CIQ에 귀환한 직후에야 “개성공단의 발전상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며 “우리는 남북간 교류 협력 증대를 오랫동안 지지해 왔으며 남북간 장애물을 무너뜨리는 일이 진전되어 가는 것을 정말 보기 원한다”고 나름의 소견을 밝혔다.

이날 남북 화해·협력의 장인 개성공단을 직접 둘러본 다른 대사들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좋은 시작”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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