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만난 南北 청년들의 이야기…‘미디엄 레어’

어눌한 말투로 자신을 ‘대니’라고 소개하는 인물, 하지만 그는 북한에서 탈출하여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 리 성이라는 이름의 탈북자다.

‘미디엄 레어’는 리 성이라는 인물을 통해 겉으로는 자본주의에 물든 청년으로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외로움과 삶에 대한 고뇌를 느끼는 청년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주인공은 미국 생활에 적응해 가며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생활에 대한 부적응으로 고뇌를 하는 인물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곁에는 멘토라고 할 수 있는 저자 ‘함지하’라는 인물이 있었다.

저자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은 너무나 달랐다. 저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평범한 유학생이고, 주인공은 조국에서 굶기를 밥 먹듯이 했던 탈북자다. 그 두 청년은 인터뷰를 통해 만나게 되지만 어느 순간 함께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이자,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동료로 변모하게 된다.

리성은 북한에 있을 때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적도 있다”며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이야기 했고, “살아야 하니까, 배도 고프고”라며 중국으로 탈북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링크(Liberty In North Korea, 북한 자유를 위한 모임)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오게 된 리성은 “친구가 없어서…”라며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돈 관념이 없어서 첫 월급을 초콜릿을 사는 데 다 써 버리는 자본주의의 부적응을 보여준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저는 중국에서 왔어요”라고 자신을 속이고, 처음 본 여성에게 스토킹적 행동을 보이곤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인공의 그리움을 위로해 주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첫눈에 반하는 것도 있지만, 옆에서 천천히 지켜보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빠지는 게 정식이야”라고 타이른다. “너 있는 그대로 나타내면 돼”라며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것도 잊지 않으며……

어쩌면 지금 리성은 갓난아기와 같을 수 있다. 북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인간관계를 경험해야 할 것이고, 그런 관계를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주인공을 “두 살짜리 자본주의 청년 리성”이라고 지칭하며 삶에 과정을 천천히 헤쳐 나가도록 충고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잘 모른다. 그러나 그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며 쉽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탈북자를 대할 때 특히 더 그렇다. 그들이 우리에게 이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을 이질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성과 저자와의 대화가 주는 함의는 한 탈북자의 미국 적응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 거쳐가야할 우리의 여정을 암시하기도 한다. 더 넓게는 한 사회가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곰곰히 곱씹어 보게하는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저자는 “나는 이제부터 리 성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려고 한다”며 “응원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저자의 말에 묘한 뉘앙스가 남는다. 그는 ‘응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누구를 응원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