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전자 얼어터지는 北 대학생 기숙사

▲ 회령에 있는 김정숙교원대학 전경

‘벚꽃 축제’를 비롯해서 한국에서는 봄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봄을 맞는 한국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대학가에도 교정에 꽃들이 만발하고 학생들이 강의실을 오가는 모습을 보면 북한에서 필자가 겪은 대학생활이 떠오른다.

필자는 90년 초반에 북한에서 대학을 다녔다. 지방도시의 대학이 전부 그렇듯이 필자가 다닌 대학도 기숙사에서 난방시설을 전혀 돌리지 못했다.

한겨울에는 주전자에 물을 담아놓으면 물이 얼면서 주전자가 깨지기도 했다. 이런 방에서 겨울을 지내려면 웬만큼 건강한 몸이 아니면 힘들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건강한 몸으로 졸업하는 학생은 큰 행운이었다.

94년 겨울 한 달 동안 집에서 방학을 보내고 2월 1일자로 기숙사에 돌아온 학생들은 추위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밤에 잘 때 양말을 신고 그 위에 솜을 넣어 만든 버선을 신는다. 양손에는 솜으로 만든 군인용 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털모자를 쓰고 이불을 덮고 자야 그나마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과 발에 동상을 입는다. 동기생들 중에 ‘완전무장’(버선, 장갑, 털모자) 하지 않고 자다가 동상을 입어 언 손으로 겨울을 지낸 경우가 있었다.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자 얼었던 손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손가락에 누런 진물이 흘러나왔다. 손 때문에 펜을 쥘 수가 없어 더 이상 학업을 할 수가 없었다.

대학당국에서도 치료해줄 형편이 안되니까 휴학 조치를 내려 각자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은 손이 완치되면 복학할 것을 약속하고 집으로 갔으나 복귀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고생 끝에 동상치료는 끝났으나 다시 그 무서운 기숙사 생활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졸업1년을 남겨두고 대학생활을 접어야 했다.

대학 4년간 군복무 못지않은 힘든 기숙사 생활을 함께 하며 정들었던 그들이 다시 오지 못하자 눈물로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규정된 대학생 복장(남학생은 군청색 양복, 여학생은 한복과 양복)을 입고 다니는 북한 대학생들과 달리 한국의 대학생은 자유롭다. 각자 입고 싶은 복장에 따뜻한 구내식당의 밥상을 마주하는 남한의 대학생들을 보면 며칠 동안이라도 대학생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남한의 대학 기숙사는 냉난방 시설이 너무나 잘 되어 겨울에도 런닝만 입고 잠자리에 든다. 이들은 아마도 솜버선에 털모자까지 쓰고 주전자의 물이 얼어터지는 북한 대학생들의 고통을 짐작하지도 못할 것이다.

언제쯤이면 과연 북한 대학생들도 최소한 손발이라도 얼지 않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오늘도 북한의 대학생들은 쌀쌀한 봄기운에 잔뜩 몸을 옹송그리고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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