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이 양복 왼쪽 옷깃에 매단 파란색 ‘물망초’ 배지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건넨 것이었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 배지는 납북자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의원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6·25납북인사가족협의의회가 제작한 ‘물망초’ 배지를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했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의 재킷에도 ‘물망초’ 배지가 달려 있었다.
그는 이날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대정부질문 당시 ‘물망초’ 배지의 의미를 설명하고 전달했는데, 그 자리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바로 양복 왼쪽 옷깃에 달았다.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물망초’ 배지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일간지에 1면 기사로 두 번이나 나왔다. 신문을 직접 보시면 알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물망초’ 배지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대해 “외국 대사들과 대학에서도 배지를 구할 정도로 전국민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지 한 개 제작에 1000원 정도가 드는데 무료로 공급하다보니 수량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초기에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서 직접 제작해 줬지만 국민들께서 납북자를 잊지 않고 송환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납북자·국군포로·탈북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입법 활동을 해 온 몇 안 되는 의원 중 한 명이다. 이달 초에는 중국 내 탈북자 35명이 강제 북송 위기에 놓였다며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는 ‘신숙자 모녀’를 비롯해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소극적인 정부를 질타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의회 연설에서 납북자·국군포로·신숙자 모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7월 방미 당시 6·25전쟁 때 발생한 국군포로와 민간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미 하원 결의안 채택을 건의한 바 있다.
북한인권법 통과가 계속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 1차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때 통과 안 해도 될 법안은 통과시키고, 정작 북한인권법은 처리 법안에 넣지도 않았다. 정치적 문제 때문에 통과 시키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을 위한 법을 정부가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선영 의원과의 일문 일답]
– 납북자·국군포로·탈북자 등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다만 어려서부터 인권이나 법의 불합리성, 불평등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국가의 책임감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어떻게 보면 불우했던 가정배경이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는지도 모르지만 직접적 계기가 있어서 인권 관련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국군포로·납북자 등 자국민을 구하지 않는 국가는 정상적인 국가라고 볼 수 없었다. 또한 국회의원이 되기 전 헌법을 다루는 학자로서 인권 문제에 등한시하는 현실에 분노했을 뿐이다.”
– 납북자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한 ‘물망초’ 배지 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외국 대사들과 많은 대학에서 배지를 요구하고 있고 전국민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지 한 개 제작에 1000원 정도가 드는데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공급하다보니 수량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초기에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서 직접 제작해 나에게 줬다. 국민들께서 납북자를 잊지 않고 송환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큰 애착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 배지는 국민적 관심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이룰 수 있다. 그때쯤이면 납북자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고, 송환할 수 있는 것이다.”
– 국무총리, 외교부장관이 대정부질문에서 배지를 달고 나왔다. 대통령도 ‘물망초’ 배지를 알고 있나.
“대정부질문 때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서 받은 배지를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배지를 달더라. 너무 고마웠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왜 나는 안 주냐’고 해 바로 전달했는데, 이 의원도 바로 달았다.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의원 뿐만 아니라, 민주당 몇몇 의원들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배지를 달지 않는 의원들 역시 많다. 통일부 장관 역시 배지를 받은 그 날만 달고 그 후부터는 달지 않았다. 현대사회에서는 마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문을 직접 본다면 알 것이다. 특히 일간지에 이번 운동에 대해 1면 기사로 이틀 연속 보도할 만큼 큰 뉴스였다.”
– ‘신숙자-메구미’ 송환을 위한 ‘한일의원연대’가 추진중이다. 향후 활동 계획은.
“현재 일본 의회에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있지만 한국에는 전담 부서가 없다. 한일의원연대에 참여하는 일본 의원들이 11월 8~10일에 방한할 예정이다. 그때 논의 후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의 의원들과도 연대해 활동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영국, 캐나다, 독일 의원 30여 명은 이미 동참의사를 보내왔다. 또 그 노력의 일환으로 회원 의원들이 ‘물망초’ 배지도 모두 함께 달기로 했다. 12월 중순 이전에는 유엔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인 마르주끼 다루스만에게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
– 납북자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의 역할은 많다. 한국은 유엔의 회원국으로서 ‘신숙자 모녀’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개인 의원은 옵저버(참관인)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보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과 다를 게 없다. 지금의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정부와 다를 게 뭐가 있나.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납북자·국군포로·신숙자 모녀에 대한 내용도 관심을 가져달라 연설을 했다면 아주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언론들도 건전한 비판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정권’이 올바로 설 수 있다.”
– ‘신숙자 모녀’의 최근 행적에 대해 알고 있나.
“2004년 이후의 행적은 잘 모른다. 평양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는데 직접 확인해보지 못 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 최근 강제 북송 위기에 놓였던 20여 명의 탈북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현재 20명의 탈북자가 그대로 중국 연길 구류장에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북송 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들이 설사 석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오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 언론들이나 정부, 국민들이 이들과 같이 체포된 탈북자 15명이 북송되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계속해서 중국의 말만 믿고 20명이라고 말해오고 있다.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방한 중이어서 쉽게 북송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제3국으로 나오는 납북자·탈북자·국군포로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관계 부처와 갈등은 없나.
“왜 없겠나. 외교부 뿐만 아니라 통일부와도 갈등이 있다. 아마 두 부처에서 나를 정말 싫어하고 있을 것이다.(웃음) 그러나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생각한다면 이들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등이 있어도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해야 되지 않겠나.”
– 6년째 북한인권법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왜 통과가 안된다고 보나?
“황우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 분은 진정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일차적으로 한나라당의 책임이다. 황우여 의원님의 경우 원내대표로 야당과의 협의를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통과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 분이 평의원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의견도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인권법 제정이 어렵지만 개정은 그에 비해 쉬운 편이기 때문에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 직권상정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인가.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국회의장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때 통과 안 해도 될 법안은 통과시키고, 정작 북한인권법은 처리 법안에 넣지도 않았다. 정치적 문제 때문에 통과 못 시킨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한심한 일이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외면했다. 미국, 일본에서는 이미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고, 캐나다 등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을 위한 법을 정부가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을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있는 헌법 아래에서 당연히 통과되어야 할 의제이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대북정책 유연성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대북정책 유연성을 얘기하면서 개성공단에 가고, 도로를 보수·공사 해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5·24조치 폐지에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류우익 신임 통일부장관은 취임하면서 대북정책 원칙은 유지하되 유연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을 하다가 박왕자 씨가 북한군에 의해 죽었다. 또 지난해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국민들이 직접적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유연성을 강조할 수 있나.”
–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얻을 게 없다고 본다.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은 한 장의 사진과 상처밖에 남기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 정상회담 결과 북한에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닌 잠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모르핀 주사를 투여한 것밖에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당시 비밀리에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을 비난했었다. 하지만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