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美 성의있는 리비아식 해법 내놓아야”

▲ 14일 오전 <평화네트워크>포럼에서의 문정인 위원장

미 정부가 지금까지 북핵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리비아식 해법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문정인(55. 연세대 정외과 교수) 동북아시대위원장은 1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평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월례포럼에 발제자로 참석, “미국은 先핵해체, 後안전보장이라는 리바아식 해법을 북한에도 적용하고자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실제협상에서 그러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리비아식 모델에는 영국이라는 매개를 통한 양자접촉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안전보장ㆍ경제보상에관한 구체적 조건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사항들이 충족된다면 북한도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협상을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타결이지만, 부시 행정부가 실제로 협상에 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보유 발언을 ‘미국을 자극해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하고, 사실상 적대적 무관심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하며, 3차까지의 6자회담에서도 미국이 북핵 해결에 성실히 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리비아와 미국 간의 9개월간의 비밀협상을 중재했던 영국의 블레어 총리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김정일과 2번이나 회담한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적격이겠지만, 남한의 노 대통령도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고립압살, 대북봉쇄정책은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반미ㆍ반일감정은 정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통해 체험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이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이 강경할수록 북한 인민의 내적 결속력은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문 위원장은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는 북한의 ‘사대주의적 반미의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남한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북측은 미국만을 대화상대로 보고 있다”며 “협상테이블에 나오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 선전ㆍ선동만 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양정아 기자 jugn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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