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보 칼럼]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에 하고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 사진= Kevin Lim/THE STRAITS TIMES

북한 당국이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비핵화(非核化)가 아니라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해서 핵보유국이 되려는 ‘비핵화(秘核化)’를 추구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일 김학용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의 ‘북한의 군사동향’ 보고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변 핵시설을 여전히 가동하고 있으며 함남 신포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잠수함을 건조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기를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춰볼 때 북한 당국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 개념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하여 핵보유국이 되려는 ‘비핵화(秘核化)’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은 이러한 내용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틀간의 방북 후 일본을 찾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일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의미하는 범위에 관해 북한과 긴 대화를 나눴다고도 밝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이 상당한 소득을 거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키로 합의하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기 직전,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 설정 등에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고, 오는 12일에는 미군 유해 송환을 협의하기 위한 판문점 회담의 개최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위한 실무 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 외형상으로만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많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추후 비난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추가 설명을 듣게 되면 얘기는 한참 달라진다.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특히 미국이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보상 조치가 없음에 불만을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외무성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면서 자신들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비교가 되지 않는 조치로 폄하했다. 이번에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은 것도 미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고는 했지만, 한일 외교장관과의 대화에선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북한 외무성 담화에 관해서도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협상은 과거의 전철을 되밟으며 시간만 낭비하다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핵을 포기할 생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그들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굳이 ‘조선(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만 고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의 의미는 김일성 시대부터 미국의 핵우산 철거와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비핵화’의 개념조차 정확한 의미로 정립하지 않은 채 향후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고 있던 지난 6일,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게재된 ‘민심의 요구는 이전이 아닌 철폐이다’는 글에서는 “남조선(한국) 주둔 미군 사령부 청사 개관식을 계기로 미군 기지의 완전한 철폐와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남조선 각 계층의 투쟁이 더욱 광범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주한미군 기지의 완전한 철폐와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자신들이 폐쇄했다는 풍계리 핵실험장도 갱도 내부까지 완전히 불능화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핵실험장 폭파 폐쇄 시 전문가 참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 역시 언제든지 재가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핵실험장 폐쇄와 비교가 안 되는 조치라고 비난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보상만을 챙기겠다는 과거 수법에 다름 아니다.

북한 당국이 여전히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SLBM을 건조 중이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를 볼 때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내놓을 전술적 카드로 이해해 주기에는 너무도 안이하고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영호 전 영국 공사의 지적처럼, 북한 핵은 협상이나 회담을 통해 포기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자유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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