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댄 대북 비료지원, 결국 주민들만 죽어난다

▲ 유기질 비료 지원을 주장한 상지대 류종원 교수

대북 비료지원에 관한 합리적 대안이 나왔다.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유기질 비료 대북지원에 관한 정책토론’에서 상지대 류종원 교수는 “화학비료 지원으로 일시적인 증산효과는 볼 수 있으나, 토양 산성화를 가속화시켜 수년 내 (북한 농토가) 경작 자체가 위협 받는 죽음의 농토로 변모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도 해마다 북한이 남한에 요구하는 비료지원에 대해 류교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오랜 기간 관찰해왔다.

북한의 농경지 면적은 134만 ha(논 약 58만 ha/밭 약 76만 ha)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 산지의 경사면을 개간한 다락밭 건설, 주민들의 화전에 의한 뙈기농사 등 새로 개간된 면적들이 많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좀 어려운 편이다.

국영경작지는 모두 산성화

북한에서 농경지 면적은 국영 경작지와 비국영 경작지로 갈라 볼 수 있다.

국영경작지는 협동농장들의 경작지를 비롯하여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경작지를 말하며, 비국영 경작지는 개별 주민들이 불법적으로 화전을 일으켜 뙈기 농사를 하는 경작지를 말한다.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토지정리를 한다면서 개인들이 불법적으로 일으킨 뙈기밭들을 빼앗아 국영 경작지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북한의 총 농경지 면적 가운데 산성화되지 않은 토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산성화 되지 않은 토지는 북한의 노동당 39호실 산화 지방 외화벌이 기관인 5호 관리부에서 아편을 재배하는 토지 일부와 주민들이 개별관리하는 텃밭(살림집주변의 20평 이하 토지)이 전부다.

북한의 국영 경작지만 모두 산성화된 데는 결정적 원인이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체농법에 의한 ‘농작물의 포기농사’, 즉 작물의 밀식(密植)재배와 화학비료에 의존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기 위한 기술적 준비와 노동력 동원 관리운영에서 형식주의를 범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대중적 운동으로 벌이는 ‘7~8월 풀베기 전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시기 농업분야 일꾼들은 산과 들의 온갖 잡풀을 베어 일정한 장소에 쌓아 놓고 썩힌다. 그러나 이런 풀더미가 자연적으로 미생물이 발아 증식하여 썩혀지기까지는 환경적으로 보나, 시간적으로 보나 역부족이다. 결국 유기질 비료로 생성이 되지 않은 풀을 다음해 농사에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는 농작물 재배에 결정적인 영양소로 작용하지 못한다. 결국 질소비료, 요소비료와 같은 화학비료에만 의존하게 된다. 화학비료에 의존하면 할수록 농경작지가 황폐화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50여 년 동안에 걸친 주체농법은 나라의 전 농경지가 산성화되는 불모의 땅으로 만들었다.

계획없는 비료지원, 결국 주민들만 죽어난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매해 북한에 비료를 지원했다. 남한정부는 비료를 지원하면서 소위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던 것 같다. 비료를 지원해 줌으로써 북한이 농사를 자체로 짓도록 하고, 남북관계도 풀어간다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나중에 발생하게 된다. 북한의 전 농토가 점점 더 황폐화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류종원 교수의 “화학비료 지원이 토양 산성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주장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죽음의 농토를 ‘희망의 농토’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필자는 유기질 비료 지원도 좋지만 유기질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관리 기법을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북한정부가 비료지원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장래성을 고려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늘 말하듯이 김정일 정권은 자기의 체제유지에만 급급할 뿐, 북한인민들의 안녕과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 정권이 비료를 달란다고 해서 무턱대고 주면 결국 나중에 죽어나는 사람은 북한인민들 뿐이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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