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런 ‘엽기 北인권간담회’도 있나?

황당했다. 그리고 시쳇말로 엽기적이었다.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발표자가 스스로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말을 던지고, 또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보지도 않은 통일부 직원이 “(북한의) 실상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극화되어 있다”고 평가하는 ‘엽기’가 벌어졌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전문가 간담회’ 현장.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수석전문위원실이 주최한 간담회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을 검토하기 위해 국회 입법조사관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간담회는 발표자 2명, 발표를 들으러 온 관계자 7~8명, 그리고 기자를 포함한 기자 2명이 전부였다.

북한인권 전문가 빠진 ‘북한인권 전문가 간담회’?

발표자의 한 사람인 <민족공동체포럼> 성현국 사무국장. 그는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순간 기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분명 이 자리는 ‘전문가 간담회’라고 알고 왔는데, 그리고 자료집에도 분명 “이 책자는 우리 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전문가 간담회 발표자료로…”라고 쓰여있는데 발표자 스스로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니!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황당했다. 국회에 제출된 ‘북한인권법’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고 조사해야 할 입법조사관들을 지원해야 할 간담회 자리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가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 자리에 북한인권문제와 관련된 뚜렷한 활동이 없는 단체의 사무국장이 ‘전문가’라고 참석했다. <민족공동체포럼>이라는 단체에 대해 알아보니 출범한 지 갓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 단체였다.

이와 관련 통외통위 김용구 수석전문위원은 “보수 ∙ 진보 쪽 의견 모두를 포괄해 말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생각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보수진영의 입장을 반영해 발표할 전문가는 없었다. <민족공동체포럼>은 2001년~2003년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기 씨가 회장으로 있는 단체이다. 또 한 명의 ‘전문가’로 초대한 사람은 현직 통일부 직원이다. 눈을 씻고 봐도 “보수 ∙ 진보 쪽 의견 모두를 포괄”하는 균형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간담회의 주제는 ‘북한의 인권문제’였는데 정작 북한인권단체에는 이러한 자리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뮤지컬이 드라마틱 하지 않으면 어쩌라고?

이미 데일리NK가 5일 보도한대로, 이날 발표자인 통일부 유종렬 사회문화총괄팀장은 뮤지컬 ‘요덕스토리’에 대해 “실상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극화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외적으로 이를 이용할 조짐을 보여 정부 차원에서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자는 ‘통일부에서 요덕스토리를 참 많이 연구했나 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유 팀장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저는 요덕스토리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니, 보지도 않고서 그것이 드라마틱한지 극화되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전문가 간담회’에 전문가로 초대된 사람이 어찌 그런 무책임한 평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자기가 한 말이 법률 제정과 국가 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게다가 ‘요덕스토리’는 뮤지컬이다. 뮤지컬이 드라마틱하고 극화되어있지 않으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뮤지컬이 다큐멘터리라도 되길 바라나?

‘요덕스토리’의 내용이 북한의 실상을 더 끔찍하게 묘사했는지, 오히려 더 온건하게(?) 묘사했는지를 따지자면 기자는 주저 없이 후자를 꼽겠다. 사실 그 끔찍한 실상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겠는가? 그대로 표현해 버리면 공포영화나 잔혹극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경험해 본 탈북자들은 ‘요덕스토리’가 미흡하다고 아쉬워한다. 이것이 바로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극단적 차이다.

유종렬 팀장은 보지 않고서 본 것처럼 이야기했다. 북한에서 직접 그 끔찍한 체제를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게다가 직업 공무원으로서,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는 정부 내 시류(時流)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휩쓸리게 되었을 것이다. ‘요덕스토리’를 보건 안 보건 그것은 유 팀장의 자유지만, 고통 속에 신음하는 2천만 동포의 실상은 반드시 살펴보기 바란다. 그것을 보고도 의분이 끓어오르지 않는다면 그때 우리는 ‘나에게 인간적 감성이 살아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국회 통외통위는 앞으로 간담회를 하려면 부디 제대로 된 전문가를 부르기 바란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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