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29일 대통령 취임…부토 세력은 어디로?

▲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육군참모총장의 옷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등극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6일 무샤라프는 간선제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의 대통령 후보자격을 문제 삼아 야당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판결날 것이 예상되자 11월 3일 국가비상사태를 전격 선포하고 대법원장을 교체하는 친위 쿠데타를 단행하였다.

당시만 해도 무샤라프의 행동은 불안하고 무모해 보였으며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국내적으로 거센 저항에 부딪혀야 했다. 그러나 무샤라프는 전혀 아랑곳 않고 최소 500명 이상을 검거하는 등 야당 인사와 시위 세력에 대한 무차별 체포, 구금을 불사하였으며 대법원장과 법관을 전원 새로 임명하였다.

무샤라프의 친위 세력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대통령 후보자격과 관련한 야당의 소송을 6건을 19일 5건, 20일 1건 등 모두 기각하였다. 당초 야당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퇴역 후 2년이 지나야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있는 규정에 따라 육군참모총장을 겸직하고 있는 무샤라프는 원천적으로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주자 무샤라프의 친위 쿠데타는 성공을 눈 앞에 두게 되었다. 자신감을 얻은 무샤라프는 태도를 바꾸어 유화조치에 나서는 여유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그의 최대 정적인 나와즈 샤리프의 입국을 허용하였다. 샤리프는 1999년 무샤라프 육군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던 당시 총리를 맡고 있었다. 샤리프는 머나먼 국외망명길에 올라야 했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9월 10일, 고국으로 돌아오는 결단을 내리고 공항에 내렸으나 그를 기다린 것은 부패 혐의와 관련된 무샤라프의 기소장이었다. 샤리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비행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다시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샤리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망명했는데 이번에 전격 다시 귀국하게 됨으로써 무샤라프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환영 인파에 둘러싸여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외치며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샤리프의 귀국은 무샤라프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력이 작용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샤라프가 야당세력의 분열을 꾀한 때문이 아닌가 봐진다.

현재 무샤라프를 위협하는 최대 야당 세력은 부토 세력이다.

베나지르 부토는 1977년 하크 장군의 쿠데타로 권력을 잃고 처형된 전(前)대통령 부토의 딸이다. 베나지르 부토는 1988년 8월 하크 장군이 의문의 비행기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면서 그해 12월 선거에서 승리해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었다. 그러나 부토 총리는 권력남용과 부정부패 혐의로 군부의 압력을 받았으며 1990년 8월 전격 해임되고 말았다. 그후 해외를 떠도는 신세가 되었으며 지난 10월 18일 대통령 선거 직후 귀국하게 되었다.

부토에 대해서는 무샤라프가 대통령 선거 직전 부토의 귀국을 허용하고 그녀와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토 세력은 선거를 보이콧 하는 등 협조하지 않았으며 장외에서 反무샤라프 투쟁을 계속 이어갔다. 무샤라프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긴 하였지만 대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부토가 두바이를 방문 중이던 시점에 전격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야당 세력을 진압하였다.

어쨌든 무샤라프는 대법원장을 교체하는 친위 쿠데타로 성공리에 대통령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는 시점까지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에 대한 민주화 세력의 저항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월 총선이 예비되어 있다. 야당세력은 비상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강행될 총선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선거 보이콧 전술로서 무샤라프를 계속 압박할 생각이다.

무샤라프는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측근의 입을 빌려 야당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흘리고 있다. 물론 대법원장의 복권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상사태가 조기에 철회될 수 있다.

무샤라프는 샤리프를 전격 입국시킴으로써 총선에 야당 세력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또한 샤리프와 부토 등 야당 세력 내의 분열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육군참모 총장으로서의 쿠데타, 국민투표를 통한 대통령 취임 그리고 간선제 선거를 통한 권력 연장과 국민의 저항으로 그것이 위태로워지자 다시 한번 친위 쿠데타로 대법원의 법통까지 무산시키는 등 권력을 향한 무샤라프의 마각은 화려하다.

과연 그의 권력연장이 지속 가능할지, 파키스탄의 정국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